의료법인이 의사에게 미지급한 퇴직금 등은 상사채권으로 볼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처음으로 나왔다. 이에 따라 퇴직금 지급 지연에 따른 손해액은 일반 민사채권에 적용되는 이율로 산정하는게 맞다고 봤다.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14일 의사 A 씨 등이 B 의료법인을 상대로 낸 임금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다만, 지연손해금율을 상법상 지연이율(6%)로 적용한 부분은 파기자판했다.
파기자판이란 원심판결을 파기환송 또는 파기이송하지 않고 사건에 대해 직접 고쳐 판결하는 것을 말한다.
B 의료법인에서 퇴직한 A 씨 등은 시간 외 근로수당 연차휴가 미사용 수당, 퇴직금 등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며 소송을 냈다. 1심은 원고 승소 판결했고, 2심은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이 과정에서 2심은 A 씨 등이 퇴직한 뒤 15일이 지난 때부터 2심 판결이 나올 때까지의 지연손해금을 상법상 지연이율로 계산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 부분에 민법상 지연이율(5%)을 적용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의료법의 여러 규정과 제반 사정을 참작하면 의사나 의료기관을 상법이 규정하는 상인이라고 볼 수는 없고, 의사가 의료기관에 대해 갖는 임금 등 채권은 상사채권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의사의 활동은 간이·신속하고 외관을 중시하는 정형적인 영업활동, 자유로운 광고·선전을 통한 영업의 활성화 도모, 인적·물적 영업기반의 자유로운 확충을 통한 최대한의 효율적인 영리 추구 허용 등을 특징으로 하는 상인의 영업활동과는 본질적인 차이가 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의사의 의료행위와 관련해 형성된 법률관계에 대해 상인의 영업활동 및 그로 인해 형성된 법률관계와 동일하게 상법을 적용해야 할 특별한 사회경제적 필요나 요청이 있다고 볼 수도 없다”고 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의사와 의료법인을 상인이라고 볼 수는 없고, 의사가 의료기관에 대해 갖는 임금 등 채권의 본질은 상사채권이 아닌 일반 민사채권이라는 점을 최초로 설시(알기쉽게 설명하여 풀이하다)했다”고 판결의 의의를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