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규제지역으로 꽁꽁 묶인 수도권에 ‘규제 해제’ 바람이 불고 있다. 다음 달 지방선거를 앞두고 전국 지자체가 규제지역 해제를 요구하는 가운데 경기지사 후보가 경기 전역 규제지역 해제 카드를 꺼내 들면서 논의가 확대되는 모양새다. 다만, 규제 해제 부작용도 우려되는 만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23일 정치권에 따르면 김동연 더불어민주당 경기지사 후보는 전날 경기도 내 조정대상지역과 투기과열지구 해제를 정부에 건의한다고 밝혔다. 김 후보는 “최근 경기 부동산 시장의 정체가 이어지는 만큼 재조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현재 경기지역은 접경지역을 제외하고 사실상 전역이 규제지역으로 묶여있다. 이날 기준 규제 예외 지역은 연천과 포천, 가평, 양평, 여주, 이천, 광주와 안성 일부 등이다. 과천과 성남 분당구, 광명, 수원 등 도내 핵심지역은 모두 투기과열지구와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돼 있다.
당장 규제 해제 전망은 긍정적이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앞선 청문회에서 규제지역 해제 의향을 묻자 “면밀히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규제지역 지정 기준 역시 최근 집값 약세를 고려하면 충분할 전망이다. 규제지역 기준은 ‘집값 상승률이 물가상승률보다 현저히 높은 지역’(투기과열지구)이거나 ‘집값 상승률이 소비자 물가 상승률의 1.3배를 초과한 지역’(조정대상지역)이다.
다만, 경기도를 포함한 규제지역이 해제되면 전국적으로 주춤한 집값 상승세가 재점화될 가능성이 크다. 이미 규제지역 인근에 있는 비규제지역은 규제 풍선효과(한쪽을 누르면 다른 곳이 튀어 오르는 현상)로 집값이 급등하는 현상이 확인됐다. 정부도 집값 급등이 우려되는 만큼 규제지역 해제를 꺼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KB부동산에 따르면 16일 기준 경기 이천시 아파트값은 0.31% 상승해 도내 1위를 차지했다. 경기도가 규제지역으로 묶이자 대기업 투자 호재가 있는 이천으로 매수세가 몰린 것으로 풀이된다. 전국 기준으로는 경남 창원시 마산 합포구가 0.30% 치솟았다. 마산 합포구는 인근 창원시 의창구와 성산구가 각각 투기과열지구와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되면서 실수요는 물론 투자 수요가 집중됐다.
이들 지역의 실거래가도 연일 상승세다. 국토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경기 이천시 증포동 ‘이천 증포새도시 한양수자인’ 전용면적 72㎡형은 지난달 4억6500만 원에 거래됐다. 이 단지는 지난해 6월까지 3억 원 중반에 실거래됐지만, 1년도 안 돼 실거래가 기준 1억 원 이상 올랐다. 경남 창원시 마산 합포구 ‘마산만 아이파크’ 전용 84㎡형 역시 18일 5억2500만 원에 거래됐는데, 이 단지 같은 평형은 지난해 9월까지 최고 4억 원에 손바뀜됐다.
이렇듯 비규제지역의 집값 강세는 각종 부동산 규제에서 벗어나 투자와 실거래 모두 수월하기 때문이다.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되면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이 9억 원 이하 구간은 50%, 9억 원 초과분은 30%로 제한된다. 주택을 사들이면 자금조달계획서를 내고 어떤 돈으로 집을 사는지도 밝혀야 한다. 분양권 전매제한도 적용된다. 투기과열지구는 한술 더 떠 LTV가 9억 원 이하 아파트에는 40%, 9억 원 초과에는 20%가 적용되며 15억 원 초과 단지에는 아예 대출이 나오지 않는다.
서진형 공정주택포럼 공동대표(경인여대 교수)는 “정권이 바뀐 만큼 새 정부에서 열리는 주거정책심의위원회에서 규제지역 해제 가능성을 검토할 순 있을 것”이라면서도 “수도권은 규제 해제 시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지방과 구분해서 여러 요인을 고려해 신중하게 규제 해제를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