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자협회는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제17회 ‘기자의 날’ 기념식을 열었다고 20일 밝혔다.
기자의 날은 1980년 5월20일 전두환 신군부의 언론 검열에 맞서 전국의 기자들이 일제히 제작 거부에 들어간 날을 기념하기 위해 지난 2006년 제정됐다. 올해는 1980년 강제 해직된 언론인이 5‧18민주화운동 관련자로 포함된 이후 처음으로 맞이한 기자의 날이다.
김동훈 한국기자협회장은 “굴곡진 우리 언론 역사에서도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었던 가슴 먹먹했던 기나긴 암흑기가 있었다”며 “이 자리에 참석해주신 선배님들이 바로 그 역사의 산증인들”이라고 말했다.
이날 기념식에선 ‘기자의 혼’ 상 시상식이 열렸다. 기자협회는 신군부 당국의 언론 검열에 맞서 제작 거부 투쟁에 앞장서는 한편 언론 자유를 위해 온 몸으로 저항한 기자의 표상 노향기 전 기자협회장을 시상자로 선정했다.
노향기 전 기자협회장은 1980년 5월 전두환 신군부의 폭압에 맞서 기자협회를 중심으로 기자들이 검열거부 및 제작거부를 결의했을 때 한국일보 10년차 기자로 기자협회 부회장을 맡고 있었다. 당시 신군부의 검거를 피해 도피 생활을 했던 그는 42일 만에 자수했고, 치안본부 남영동 대공분실로 끌려가 고문기술자 이근안 등에게 끔찍한 고문을 당했다. 노 전 협회장은 서대문구치소와 대전교도소에서 1년여 옥살이 끝에 1981년 5월 석가탄신일 특사로 석방됐다.
이후 구속 전력으로 갈 곳이 없어 8년여 동안 언론계를 떠나 있었던 그는 1989년 1월 한국일보에 복직했고, 그 해 3월 제29대 기자협회장에 당선됐다. 이후 한국일보 북한부 차장, 한겨레신문 편집위원, 월간 ‘말’지 발행인, 언론중재위원 등을 지냈다.
노향기 전 기자협회장은 “1960년대 후반 어느 지인이 저에게 기자답지 않은 기자를 한 번 해보라고 했다”며 “아주 먼 얘기인데 그것이 지금까지도 제 머리 속을 떠나지 않는다”고 짧은 소감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