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공개(IPO)는 회사와 회사의 구주주, 주관업무를 담당하는 증권사, 그리고 새롭게 합류할 공모주 주주 등 많은 이해관계자가 얽혀 있어서 모두를 만족하게 하는 접점을 찾는 것이 가장 중요한데 이번 상장 철회의 원인은 공모주 주주들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공모가액을 높게 설정하면 그 기업의 구주주는 높은 수익률로 투자금을 회수(exit)할 수 있고 해당 회사는 한 번에 많은 자본을 확충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공모자금에 비례해서 주관업무 수수료를 받는 증권사도 많은 이익을 챙길 수 있다. 반대로 새롭게 주주로 참여하는 공모주주는 공모가액이 비싸면 수익을 낼 수 있는 여지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그래서 공모주 투자자 입장에서는 공모가액이 싼지, 비싼지 또는 합리적으로 결정됐는지가 매우 중요하다.
회사와 이해관계자들의 입장도 중요하겠지만, 기업공개의 기본취지가 결국은 회사의 사업 파트너를 구하는 것이기 때문에 공모주주들을 환영하는 분위기를 만들지 않고 본인들 욕심만 채우려 한다면 자본시장에서 당연히 외면받을 수밖에 없다.
SK쉴더스는 1조 원 규모의 기업공개를 추진했었다. 53%는 신주발행 방식으로 회사에 자본금이 들어오고 47%는 구주매출 방식으로 기존 주주들이 대가를 받고 주식을 내놓을 예정이었다. 회사는 이미 상장된 에스원처럼 보안 사업을 주 사업으로 하며 연간 1조5000억 원의 매출을 하는 기업이다. 에스원보다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7628억 원, 578억 원 작지만, 물리적 보안 외에 사이버보안에 강점이 있어서 에스원보다 더 기업가치가 높아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이슈가 됐다.
회사의 사이버보안 매출 비중 자체가 높은 편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공모가액 상단 기준 시가총액이 에스원보다 무려 1조 원 더 커야 한다는 것에 대해 결국 예비주주들을 납득시키지 못했다. 뒤이어 나온 같은 SK스퀘어의 종속기업인 원스토어도 비슷했다. 국내 모바일 앱 마켓 사업자로 연 매출 2142억 원에 58억 원의 영업적자를 내는 상황인데 공모가액 상단 기준 시가총액 1조 원이 넘는 기업가치로 상장을 진행하려고 했다. 이익 실현을 못 했기 때문에 이미 상장된 기업들의 매출액 대비 주가 배수(PSR) 기준으로 공모가액을 산정했다.
유사기업은 무려 시가총액 550조 원이 넘는 중국 플랫폼 기업 텐센트, 그리고 국내기업인 네이버, 카카오, 넥슨이었다. 비슷한 기업이라고 보기 힘들 정도로 체급 차이가 크게 나는 것도 문제지만 업종 또한 비슷하다고 보기도 모호했다. 결국, 공모가액 산정을 위한 기관투자자 수요예측 결과는 좋지 못했고 원스토어도 기업공개를 접었다.
주식시장이 좋을 때는 공모가액이 높게 책정돼도 상장 후 주가가 더 올라갈 수 있다는 기대를 해볼 수 있지만 좋지 않을 때는 누구나 보수적이 될 수밖에 없다. 좋지 않은 주식시장 분위기에 납득할 수 없는 계산방법으로 공모가액을 결정했으니 새롭게 주주로 참여하려고 했던 투자자들이 마음을 접은 것은 당연한 결과이다.
이번 두 회사의 상장 철회로 기업공개를 예고했던 많은 기업의 속내가 복잡해졌다. 기업 내부에서는 기존주주들이 일정 수준 이상의 수익률과 빠른 엑시트를 요구할 텐데 괜히 공모가액을 무리하게 잡았다가는 된서리를 맞을 것이고 기업 이미지 또한 나빠질 테니 무척 답답할 것이다.
이에 대한 해법은 간단하다. 상장 예정기업은 남은 기간 기업가치가 높다는 것을 실적으로 보여줘야 할 것이고 공모가액 산정 방법 또한 누구나 수긍할 수 있게 하면 된다. 그렇지 않다면 그저 탐욕으로 비칠 것이다. 금융지식과 경험이 충분히 쌓일 대로 쌓인 투자자들이 쉬이 마음을 열지 않을 것이니 이점을 꼭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