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1.63%(42.19포인트) 내린 2550.08로 마감했다. 위험 선호 심리가 약화하면서 코스피는 장중 2540선까지 밀리기도 했다. 원ㆍ달러 환율은 이날 한때 1280원대까지 치솟으면서 코로나19발 공포가 글로벌 금융시장을 덮쳤던 2020년 3월(1296원)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비트코인도 폭락해 3만 달러 아래로 밀려났다.
뉴욕 증시도 일제히 하락했다. 11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다우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1.02%, S&P500지수는 1.65% 하락했다. 특히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3.18% 급락하며 낙폭을 키웠다.
인플레이션이 정점을 통과할 것이란 낙관론이 힘을 잃은 건 전날 발표된 미국의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시장 예상(8.1%)을 웃돌면서다. 3월 상승률인 8.5%보다는 다소 둔화했지만, 시장이 기대한 만큼의 결과는 아니라는 평가가 나온다. 변동성이 큰 음식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CPI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2%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높은 인플레이션 수준이 지속될 경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의 긴축 강도가 거세질 수 있다는 점도 우려를 키운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상품 부문에서 서비스 부문으로 물가가 전이되고 있다는 점은 연준의 매파적 기조가 조기에 바뀌기 어렵다는 것을 시사한다”며 “물가 상승 요인이 임금 상승과 수요 측면의 인플레이션 우려로 옮겨 가는 만큼 연준이 공격적인 기조를 취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연준의 강력한 긴축과 환율 급등세는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수급 개선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외국인은 연초 이후 코스피를 12조 원 넘게 팔아치우면서 증시 하방 압력과 원화 약세 압력을 높이고 있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신흥국과 비교했을 때 올해 들어 외국인의 국내 주식 순매도 강도(-0.5%)는 대만(-1.1%), 터키(-0.61%)에 이어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외국인 보유 잔액도 2009년 이후 최저치다.
전문가들은 높은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달러 강세를 견인했고, 증시도 꾸준히 낙폭을 확대한 만큼 인플레이션에 민감한 장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4월 미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월보다 소폭 둔화한 것은 에너지 가격 하락이 큰 영향을 미쳤다”며 “그러나 이런 추세가 5월에도 지속될지는 미지수다.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로 에너지 가격이 재차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나정환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소비자물가의 정점 통과가 확인됐지만, 시장이 기대하는 수준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단기적으로 원ㆍ달러 환율이 고점 부근에 도달할 가능성이 있다”며 “다만 연준이 더 강력한 긴축 정책을 내놓지 않으면 환율 추가 상승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