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 발언에 파운드 투매 부추겨 2% 하락
연준보다 애매한 가이던스도 발목
5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은 이번 주 기준금리를 종전 0.75%에서 1%로 0.25%포인트(p)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금리 1%는 2008년 이후 13년 내 최고치로, 영란은행은 지난해 12월 금리를 인상하기 시작해 4차례 연속 올렸다.
반면 기준금리 인상 이후 영국 파운드화 가치는 2% 내리며 2020년 3월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금리를 올렸지만, 영란은행이 올해 경기침체 가능성을 언급한 게 화근이었다.
앤드루 베일리 영란은행 총재는 “영국 경제는 인플레이션과 경기 침체라는 두 개의 위험 사이에서 헤쳐 나가야 하는 좁은 길에 놓였다”며 “인플레이션 충격은 중국 봉쇄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에너지 비용 상승으로 더 악화했다”고 설명했다.
또 올가을 가계 에너지 요금이 급증할 것으로 전망하면서 올해 인플레이션 상승률이 1982년 이후 최고 수준인 10%를 넘어서고 나아가 영국 가계가 1964년 집계를 시작한 이래 두 번째로 큰 소득 압박을 받게 될 것으로 예측했다.
아울러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세계 휘발유 가격이 급등함에 따라 에너지 가격은 40% 오르고, 실업률은 5.5%로 급등해 코로나19 초기 수준을 능가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일자리는 기준금리 인상을 통해 인플레이션을 진압하는 과정에서 60만 개가 타격을 입을 것으로 전망됐다.
투자사 야누스헨더슨의 올리버 블랙번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스태그플레이션은 중앙은행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으로, 영국은 다른 선진국 시장보다 더 함정에 빠지고 있는 것 같다”고 평했다.
경기 침체 불안과 더불어 영란은행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 속도와 폭이 빠르고 클 것으로 전망되는 점도 시장의 파운드 투매를 부추겼다.
전날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금리를 0.5%p 인상하면서 향후 같은 규모로 두 차례 정도 추가 인상이 있을 수 있다고 언급했다. 시장에선 때에 따라 0.75%p까지 거론되는 상황이다. 투자자들은 연준의 긴축 가속을 염려하면서도 영란은행보다 공격적으로 가이던스를 제시한 연준을 따라 미국으로 투자처를 돌릴 가능성이 생겼다.
씨티인덱스의 파와드 라자차다 애널리스트는 “영국이 직면한 주요 위험은 긴축이 아니라 통화정책에 대한 불확실성”이라고 지적했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영란은행의 신중한 태도가 파운드 투매를 촉발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