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기아의 중고차 판매가 1년 뒤인 내년 5월로 유예됐다. 기존 중고차 판매 사업자가 받을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인증중고차 판매 물량을 단계적으로 확대하고, 매집물량의 일정부분 이상을 중소사업자가 확보할 수 있도록 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28일 '중소기업사업조정심의회'를 열고 이같은 내용의 사업조정 권고안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이날 심의회는 전문기관 2곳이 현대차와 기아의 중고차 시장 진출로 인한 '중소기업의 피해 실태조사' 결과를 보고한 뒤, 신청인 및 피신청인의 의견을 청취하는 순서도 진행됐다. 이후 위원들 간 토론으로 권고안을 도출‧의결하는 절차로 이어졌다. 위원들간 격론이 벌어지면서 당초 예정된 시간보다 2시간 40분 늦게 마무리됐다.
중기부는 지난 1월 사업조정 신청 이후 2월부터 당사자간 자율조정 두 차례, 민간전문가가 참여하는 자율사업조정협의회를 4차례 열였지만 합의도출에 실패했다. 중기부는 입장차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자 이번 심의회 개최를 결정했다.
이날 심의회에선 현대차와 기아의 중고차판매업 사업개시 시점을 내년 4월30일까지 1년 유예하기로 했다. 다만 내년 1~4월까지 각각 5000대 내에서 인증중고차 시범판매를 허용했다.
현대차와 기아의 중고차 판매대수는 2년간 제한한다. 현대차의 경우 내년 5월1일부터 2024년 4월30일까지 2.9%, 2024년 5월1일부터 2025년 4월30일까지 4.1%로 제한한다. 기아는 같은 기간 각각 2.1%, 2.9%로 제한한다. 판매대수 산출기준은 국토교통부 자동차 이전등록 통계 자료의 직전년도 총거래대수(사업자거래+당사자거래)와 사업자거래 대수의 산술평균값으로 했다.
또 현대차와 기아는 신차를 구매하려는 고객의 요청시에만 중고차를 매입하도록 했다.
현대차와 기아는 매입한 중고차 중 인증중고차로 판매하지 않는 중고차는 경매의뢰하도록 했다. 이 때 경매 참여자를 중소기업으로 제한하거나 현대차·기아가 자동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와 협의해 정한 중고차 경매사업자에게 경매의뢰하는 대수가 전체 경매의뢰 물량의 50% 이상이어야 한다.
중기부는 이번 조치를 통해 중소기업이 공제조합 설립, 전산 고도화 등을 준비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가지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중고차 매입물량 부족, 매입가격 상승 등에 따른 중소기업의 부정적 영향도 완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사업조정심의회는 이번 논의에서 대기업의 중고차 사업진출로 인한 기존 중고차 사업자의 충격을 완화하고, 동시에 소비자의 기대를 어떻게 충족시킬지 절충선을 찾는 데서 많은 고심을 기울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와 기아에 대한 이번 사업조정 권고는 내달 1일부터 2025년 4월30일까지 3년 간 적용된다. 위반할 경우 공표, 이행명령, 벌칙 등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법'에 따른 조치가 뒤따른다.
사업조정심의회 위원장을 맡은 중기부 조주현 소상공인정책실장은 "오랜 논의를 바탕으로 중소기업의 사업활동 기회를 실질적으로 확보하면서 중고차 시장의 발전을 도모할 수 있는 조화로운 방안을 찾기 위해 위원들이 많이 고심했다"며 "대기업은 이번 사업조정 권고를 잘 준수하고, 중소기업계는 심의회의 결과에 백퍼센트 만족하지 못하겠지만 3년이라는 사업조정 권고기간을 자체 경쟁력 강화를 위한 준비기간으로 삼아줄 것"을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