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년 동월 대비 60% 수준 그쳐
매매가격 21개월 만에 하락 전환
경매 낙찰가율도 1년새 10%P 뚝
전문가 "당분간 시장 침체 전망
조건 꼼꼼히 살펴 신중 투자를"
서울 빌라(다세대·연립주택) 시장이 차갑게 식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계속된 기준금리 인상과 대출 규제 강화 기조로 아파트값 내림세가 계속되는 가운데 빌라 매수세도 뚝 끊긴 것이다. 지난해 서울 빌라 거래량이 아파트 거래량을 뛰어넘을 정도로 인기를 끈 것과 대조된다. 향후 빌라값을 가늠할 수 있는 빌라 경매시장도 활기를 잃어 당분간 빌라 시장 약세는 계속될 전망이다.
27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이날 기준 3월 서울 빌라 거래 건수는 총 3019건으로 집계됐다. 신고 기한이 며칠 더 남았지만 3100건을 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3월 서울 빌라 거래량은 5181건으로, 지난달 거래량은 전년 대비 60% 수준에 불과하다.
지난해 서울 부동산 시장 내 빌라 인기는 아파트를 능가했다. 아파트값이 치솟자 상대적으로 저렴한 빌라 매수 행렬이 이어진 것이다. 지난해 4월 서울 빌라 매매 건수는 3200여 건으로, 아파트 매매 건수(1450건)보다 두 배 이상 많았다.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각종 부동산 규제로 집값이 약세로 돌아서자 빌라 가격도 올해부터 꺾였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빌라 매매가격지수는 지난달 0.01% 하락한 102.3으로 집계됐다. 지난 2월 0.07% 떨어진 이후 두 달 연속 내림세를 기록했다. 이 지수는 2020년 5월 -0.02% 하락한 뒤 지난 1월까지 1년 8개월 동안 계속 올랐다.
빌라값이 약세를 이어가자 경매 시장을 찾는 발길도 끊겼다. 부동산 경매 정보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달 빌라 낙찰가율(매각가율)은 83.9%로 집계됐다. 지난해 낙찰가율이 최고 93%(2월)를 웃돌았던 것과 비교하면 1년 새 10%포인트(p) 하락한 셈이다. 올해 낙찰가율은 줄곧 내림세다. 지난 1월 87.5%에서 2월 85.8%로 하락한 데 이어 지난달 83%대까지 떨어졌다. 낙찰가율은 경매 물건의 감정평가액 대비 낙찰가 비율을 뜻한다. 낙찰가율이 높을수록 응찰자가 몰려 해당 물건에 대한 경매시장의 평가가 높다는 의미다.
경매 진행 물건을 실제로 낙찰받는 비율인 ‘낙찰률’ 역시 계속 떨어지고 있다. 서울 빌라 낙찰률은 1월 31%에서 2월 32.5%로 소폭 반등했지만 지난달 23.6%로 급락했다. 지난해 최고 낙찰률 37.5%와 비교하면 저조한 수준이 올해 내내 계속된 셈이다.
경매시장 내 찬바람도 가득하다. 서울남부지방법원 경매 4계에는 26일 양천구 신월동 한 빌라가 경매에 나왔다. 이 물건은 감정가격이 1억8100만 원이었지만 최종 낙찰가격은 1억5011만 원에 불과했다. 낙찰가율은 83% 수준이었다. 아울러 19일 서울중앙지방법원 경매21계에서 진행된 관악구 봉천동 빌라 경매도 감정가보다 낮은 낙찰가격이 이어졌다. 이 물건 최종 낙찰가는 3억1900만 원으로 감정가 1억 8100만 원보다 5879만 원 저렴했다. 낙찰가율은 82%에 그쳤다.
한 경매업계 관계자는 “빌라는 아파트처럼 시세가 일정하지 않고 매매도 아파트보다 상대적으로 어려운 만큼 신중한 투자 판단이 필요하다”며 “최근 가격이 저렴해졌다고 무조건 빌라 경매에 덤빌 것이 아니라 실거주 또는 투자 등 목적에 따라 물건을 고르고, 위반건축물 여부 등 각종 사항을 꼼꼼히 살핀 뒤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