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렌스키, 러에 평화회담 제안 “푸틴 만나는 것 두렵지 않아”
러, 오데사 미사일 공격...마리우폴 제철소 공격 재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이 수도 키이우(키예프)를 방문한다고 밝혔다.
23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것이 큰 비밀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내일(24일) 미국에서 사람들이 온다. 나는 미 국무·국방 장관과 만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무기 지원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블링컨 장관과 오스틴 장관이 키이우를 방문한다면 지난 2월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미국 정부 당국자의 우크라이나 방문으로 최고위급이다. 다만 백악관과 국무부 등은 두 장관의 우크라이나 방문 계획에 대해 답변을 거부했다.
러시아군이 수도 키이우 일대에서 물러나면서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와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등이 우크라이나를 직접 방문해 지지 입장을 밝혔다. 폴란드, 체코, 슬로베니아 등 동유럽 정상들과 오스트리아 총리도 키이우를 방문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그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직접 우크라이나를 방문해 지지 입장을 밝혀줄 것을 거듭 요청해왔지만 이제까지 성사되지는 못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을 새롭게 공격하는 가운데 미 국무장관과 국방장관이 실제로 우크라이나를 방문하게 된다면 우크라이나와 젤렌스키 정권에 대한 바이든 정부의 강력한 지지를 보여주는 것이 된다.
이와 함께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러시아와의 평화 교섭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누가 됐든 전쟁을 시작한 사람이 전쟁을 끝낼 수 있다"면서 3개월째로 접어든 이번 전쟁을 끝내기 위해 마주 앉을 것을 촉구했다.
이어 "평화 협상으로 이어질 수만 있다면 푸틴 대통령과 만나는 것이 두렵지 않다"며 "만났으면 좋겠다는 게 아니라 만나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외교적으로 전쟁을 끝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러시아는 이날 우크라이나 남동부 지역에 대대적 공격을 이어갔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남부 항구도시 오데사에 미사일 순항미사일을 발사, 최소 5명이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별개로 남동부 항구도시 마리우폴의 항전 거점인 아조우스탈 제철소에 대한 공격도 재개했다. 앞서 푸틴은 지난 21일 마리우폴을 사실상 점령했다면서 우크라이나군이 마지막 항전 중인 아조우스탈 제철소에 "파리 한 마리도 통과하지 못하도록 봉쇄하라"고 지시를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