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업계가 자동차업계와 자동차 강판을 톤(t)당 15만 원 정도 인상하는 것으로 가격 협상을 사실상 마무리했다. 다만, 조선업계와의 후판 가격 협상은 난항이다.
철강업체들은 현대차, 기아차와 올 상반기 자동차용 강판 가격을 t당 15만 원가량 인상하는 방향으로 사실상 협상을 마무리 지었다. 현재 최종 사인만 남긴 상황이다. 이로써 최근 기준 강판 가격이 톤당 115만 원~125만 원인 점을 고려하면, 인상 후 가격은 톤당 130만 원~140만 원 수준이 된다. 가격 인상은 올해 2월분부터 소급해서 적용된다.
애초 철강업계는 톤당 15만 원~20만 원의 인상안을 제시했다. 이러한 배경으로는 철광석 등 원자재 가격 불안이 지속한 데다 지난해 자동차 강판 가격 인상폭이 크지 못했다는 점이 꼽힌다. 한국자원정보서비스에 따르면, 올해 1월 7일 톤당 125.18달러였던 국제 철광석 가격은 15일 기준 152.06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앞서 완성차 업계는 철강업계의 인상 요구를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자동차 강판 가격이 오르면 차량 가격 인상에 대한 부담도 불가피한 까닭이다.
결과적으로 양측은 최소한의 인상폭으로 합의를 이뤘다. 일반적으로 1.7∼2톤짜리 중·대형 자동차 한 대를 생산하는데 약 1톤의 철강재가 들어간다. 자동차 강판 가격이 작년에 이어 올해도 인상되면서 완성차 업체들의 차량 가격 인상 압박도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알루미늄을 비롯한 비철금속과 니켈 및 리튬 등 광물자원, 철강 제품이 들어가는 자동차 부품 가격도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해 자동차 강판 가격은 2017년 이후 4년 만에 처음으로 인상됐다. 인상폭은 상반기엔 톤당 5만 원, 하반기엔 톤당 12만 원이 각각 올랐다.
한편 포스코 등 철강업체들과 조선업계는 후판 가격을 놓고 입장차를 좁히지 못한 채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지난해 호실적을 기록한 자동차업계와 달리, 조선업계는 수주 호조가 실적 개선으로 이어지지 못한 상황이어서 협상 줄다리기가 이어지고 있다. 철강업계는 철광석과 석탄 등 원재료 가격 급등을 이유로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철광석 가격은 지난 23일 기준 톤당 150.5달러로 연초보다 22.5% 올랐다. 제철용 원료탄의 가격도 22일 기준 t당 530달러로 연초보다 47.4% 급등했다. 반면 조선업계는 전체 제조원가에서 20%의 비중을 차지하는 후판 가격이 오르면 수익에 타격이 예상돼 가격 인상폭을 최소화해야 하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