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세 등 탄소배출에 가격을 부여하는 탄소가격제의 강화가 우리 경제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어 보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왔다. 탄소집약도가 높은 전기·전자·화학산업 등이 주력인 우리나라의 산업 구조상 산업계의 경쟁력 약화 또는 경제적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23일 국회예산정책처의 '탄소가격제도 운영현황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주요국은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 국가별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상향하는 한편, 탄소가격제 등을 활용함으로써 기후 변화 대응을 위한 노력을 강화하는 추세다.
한국을 비롯해 유럽연합(EU), 영국, 독일, 일본 등 주요 파리협정가입국은 2050 탄소중립 선언 후 2030 국가별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상향하고,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을 위해 탄소배출의 사회적 비용을 반영한 탄소가격제도 등 시장 원리를 활용한 정책수단을 도입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2015년부터 배출권거래제를 시행 중이며, 명시적인 탄소세는 미도입 상태다. 탄소세는 온실가스 배출 단위당 일정액을 세금으로 부과하는 방식이며, 배출권거래제는 국가별 배출 총량을 결정한 후 이를 온실가스 배출업체에 할당하고, 배출권 잉여업체와 부족업체 간에 거래를 허용하는 제도다.
보고서를 작성한 태경림 예정처 분석관은 "우리나라는 탄소가격제 중 배출권거래제를 운용 중으로 수입 규모는 크지 않지만, 탄소집약적인 경제·산업 구조를 고려할 때 탄소가격제 강화는 우리 경제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태 분석관은 "우리나라의 산업구조는 탄소집약도가 높은 전기·전자·운송장비·화학·금속 제조가 주력 산업으로, 향후 탄소가격제 강화시 산업계의 경쟁력 약화 및 경제적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아울러 "EU와 미국 등의 탄소국경세 도입이 무역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의 철강 및 석유화학업계 등 수출기업의 추가적인 비용 발생으로 연계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탄소중립을 위한 탄소가격제도가 현행 화석연료 기반의 에너지세제 및 관련 보조금 개편 등을 포괄하는 관점에서 보다 신중하고 균형 있는 접근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태 분석관은 "탄소중립 이행 시 현행 화석연료 기반의 에너지 세입 감소 및 기후대응 세제 지원 등에 따른 재정 소요 증가가 예상된다"며 "기후변화 리스크가 재정에 미치는 영향을 중·장기적 관점에서 분석함으로써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전했다.
또한, 그는 "중장기적으로는 에너지 전환에 따른 세입 감소를 완충할 대체 세원의 발굴, 현행 에너지 세제 및 화석연료에 대한 보조금 개편을 포괄하는 친환경적 조세정책을 준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탄소가격제 등 친환경 정책수단을 통해 조달한 재원은 친환경 분야 및 고탄소 업종 일자리 전환 등 피해 분야 지원에 활용하는 등 정책적 합목적성을 제고해 사회적 수용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