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퍼시(sympathy)는 아름다운 말이다. 타인의 감정과 의견에 대해 나도 그렇다고 느낀다는 말이니까. 특히 소수자의 정체성을 지니고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타인으로부터의 공감은 단순한 공감을 넘어 구원으로 이어진다. 심퍼시는 누군가의 삶을 일으킬 수도 있다.
하지만 심퍼시는 한계가 있다. 아름답기만 하다는 얘기다. “그래, 그럴 수도 있겠다”, “너의 마음이 뭔지 알 것 같아”, “잘 될 거야. 너무 걱정하지 말아” 등의 표현을 동반하는 심퍼시는 문자 그대로 ‘마음 작용’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심퍼시를 넘어 엠퍼시(empathy)를 추구해야 한다.
차별과 혐오라는 민감한 주제를 다룬 책 ‘나는 옐로에 화이트에 약간 블루’로 일본 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켰던 브래디 미카코. 그는 최근 신간 ‘타인의 신발을 신어보다’에서 엠퍼시가 우리 사회의 각종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심퍼시가 ‘마음 작용’에 머무른다면, 엠퍼시는 나와 타인은 다르다는 명확한 인식을 지니고 ‘내가 상대라면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할까?’를 상상해보는 ‘지적 작용’이다. 심퍼시보다 문제 해결에 더 적극적이라는 점이 엠퍼시의 특징이다.
브래디는 사회·경제 문제, 심리와 교육, 문화와 공동체 등 다양한 분야를 엠퍼시의 관점에서 분석한다. 엠퍼시 안에 혐오와 분열의 시대에서 이해와 공존의 시대로 나아가는 방법이 있다고 믿는 것이다.
그렇다면 엠퍼시 능력은 어떻게 얻을 수 있을까. 브래디는 사회적 기업가인 메리 고든이 1996년 토론토에서 창시한 ‘루트 오브 엠퍼시(ROE, Routes Of Empathy)’를 예로 든다. 루트 오브 엠퍼시는 ‘아기로부터의 배움’이 핵심이다.
브래디는 “프로그램은 개시 시점에서 생후 2~4개월 된 아기와 부모가 3~4주 간격으로 아홉 차례 교실을 방문하여 이루어진다. 프로그램이 끝난 후에는 아기가 약 1세다 된다. 어린이들은 교실을 찾은 아기를 ‘작은 선생님(Tiny Teacher)’이라 부르고 교류하면서 아기의 반응이나 감정 표현, 성장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 이러한 체험으로 엠퍼시를 기를 수 있다”고 말한다.
엠퍼시의 근간에는 ‘사랑’이 있다. 사랑은 사람을 움직이게 한다. 타인의 신발을 직접 신어보게 하는 힘이 사랑이다. 타인에 대한 진정한 이해는 사랑을 근간으로 하는 엠퍼시를 통해 이룰 수 있다.
이 책에 대해 영화감독 이길보라는 “직접 신발을 신어보지 않고는 그 신발이 얼마나 크고 작은지, 밑창이 충분한지 아닌지, 가벼운지 그렇지 않은지 알 수 없다. 브래디 미카코는 단순한 공감을 넘어 타인의 신발을 직접 신어봄으로써 자신과 다른 의견을 지닌 상대를 이해하는 능력인 엠퍼시를 권한다”며 “엠퍼시라는 상상력을 통해 나와 너의 세계가 만날 수 있음을, 혐오와 편견을 넘어설 수 있음을 정확하게 보여준다”고 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