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이 삼성전기에 약 6100억 원을 투자했다가 5개월 사이 1300억 원가량을 순매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기 주가가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이는 가운데, 출구전략 마련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2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최근 블랙록펀드어드바이저스(BlackRock Fund Advisors)와 12개 계열회사는 삼성전기 주식 75만2106주를 매도했다고 공시했다. 이에 따라 블랙록의 삼성전기 지분율은 5%(373만7898주)에서 4%(298만5792주)로 낮아졌다.
블랙록이 공시한 세부변동내역을 살펴보면 블랙록은 영국·미국·홍콩·호주·싱가포르·캐나다·일본·네덜란드 등 13개 법인을 통해 작년 10월부터 삼성전기 주식을 수차례 매수·매도했다. 증감 주식수와 취득·처분 단가를 계산해 종합한 결과 약 1300억 원 규모를 순매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블랙록은 지난해 10월 말 삼성전기 주식 373만7898주를 보유하고 있다고 공시했다. 당시 평균 취득단가는 주당 16만3246원(추정)으로 약 6100억 원이 투입된 것으로 짐작된다. 이 가운데 75만여 주를 평단가 16만9356원에 처분하며 1300억 원가량 현금화했다. 남은 주식은 299만여 주로 삼성전기의 주가 15만7000원(19일 종가)으로 계산하면 평가액은 약 4687억 원 수준이다. 단순계산하면 블랙록은 처음 삼성전기 주식을 사들인 이후 100억 원 정도 손실구간인 것으로 추정된다.
블랙록은 삼성전기가 신저가를 기록하는 등 주가 하락세로 접어들자 손실을 줄이기 위한 투자자금 회수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기는 MLCC(적층세라믹콘덴서) 업황 우려 속에 주가가 꾸준히 하락하고 있다. 작년 말 20만 원 선에 다가섰던 주가는 연초 대비 21% 하락했다. 3월에는 15만 원까지 떨어지며 신저가를 기록했다.
증권업계는 삼성전기가 MLCC 업황 우려를 딛고 반등할 것으로 기대를 걸고 있다. 박형우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MLCC 업황 피크아웃은 이미 6개월 전에 확인됐다”며 “삼성전기의 주가 밸류에이션 멀티플은 MLCC 불황의 정점이었던 2018년 말, 2019년 초 수준으로 전기전자 대형주 중 주가 하방이 가장 제한적인 주식이라 판단한다”라고 분석했다.
김운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주가 부진은 투자 매력도가 상대적으로 높지 않은 영향이 큰 것으로 판단한다”며 “하지만 실적 대비 주가는 상당 수준 저평가 국면이라는 점에서 섹터내 투자 매력도는 높은 상황으로 판단된다”라고 평가했다.
한편, 블랙록은 국내 증시에서 삼성전기 외에도 SK하이닉스, 삼성SDI, LG디스플레이, 카카오, 포스코홀딩스, 한화솔루션, 엔씨소프트 등을 보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