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 살균제 사건' 증거인멸과 은닉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SK이노베이션과 SK케미칼이 공판에서 관련 혐의를 부인했다. 참사에 관해 사회적 책임을 다할 것이라는 뜻을 거듭 밝히면서도 형사처분은 엄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1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15단독 주진암 부장판사 주재로 진행된 공판에서 SK이노베이션과 함께 기소된 직원 A 씨 변호인은 검찰의 공소사실을 반박하는데 대부분 시간을 할애했다. 변호인은 가습기 살균제 사건의 현장조사가 절차를 제대로 따르지 않았으며 SK이노베이션과 A 씨의 행위가 형사처분 구성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법률에 따르면 현장조사는 최소한 범위에서 시행하고 조사대상자를 선정해야 하는데 조사대상자인 SK이노베이션의 자발적 협조조차 얻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조사대상자로 법인과 개인을 구별해야 한다. 행정조사기본법 절차를 SK이노베이션과 A 씨에게 따로 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검찰이 A 씨를 무리하게 기소했다는 취지의 주장도 펼쳤다. 변호인은 "형사책임은 행위가 있어야 처벌이 가능하다"며 "검찰은 현장조사에서 A의 서명이 '의견제출' 행위라고 하지만 이는 조사에 참여했다는 의미이지 형사적으로 책임을 의미한 것은 아니다"고 주장했다.
SK케미칼은 가습기 살균제 사건 이후 증거인멸을 위한 조직적인 대응은 없었다고 항변했다. 사건 직후 꾸려진 TF는 사안을 파악하고 관련 사안을 대외적으로 설명하기 위한 조직이었을 뿐 증거인멸을 위한 업무를 하지 않았다는 의미다.
SK케미칼 측 변호인은 "피고인들은 모두 평범한 회사원"이라며 "범죄를 저지르면서까지 회사 이익을 도모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사회적 관심을 두는 사건일수록 무죄 추정의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검찰은 이들이 형사적 책임 등 진상 규명을 위한 조사나 수사에 협조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대신 회사 역량을 동원에 치밀하게 진실을 가리는 데 중점을 뒀다고 비판했다.
이어 검찰은 "박철 SK케미칼 부사장에 징역 5년을, A 씨에게는 징역 10개월을 선고해달라"고 요청했다. SK케미칼과 SK이노베이션은 각각 벌금 1000만 원을 구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