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크래커] 3개 회사 경영하겠다는 머스크 야심...4개사 이끌던 카를로스 곤의 말로

입력 2022-04-18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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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로이터연합뉴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로이터연합뉴스
전기차 업체 테슬라, 우주개발기업 스페이스X, 여기에 소셜미디어 트위터까지?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의 야심이 점입가경입니다. 지난 14일(현지시간) 트위터 지분 전량을 주당 54.20달러, 총 430억 달러(약 53조 원)에 인수하겠다는 의향을 밝힌 것인데요.

이를 놓고 우려의 시선이 강합니다. 테슬라와 스페이스X를 감당하기에도 역부족인 것 같은데, 여기에 위기에 처한 트위터까지 포트폴리오에 넣겠다니 말이지요. 머스크는 이 두 회사 외에도 뉴럴링크와 보링컴퍼니 2개의 스타트업까지 경영하고 있습니다.

미국 경제전문 방송 CNBC는 현재 머스크처럼 3개의 사업체를 동시에 운영하는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일뿐더러, 섹터별로 세계에서 가장 큰 기업 3개를 동시에 운영하는 것 역시 전례가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카를로스 곤 전 닛산 회장이 2020년 9월 29일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베이루트/AP연합뉴스
▲카를로스 곤 전 닛산 회장이 2020년 9월 29일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베이루트/AP연합뉴스
물론 전통차 업계에서 사례가 있긴 있었습니다. 일본 닛산자동차, 프랑스 르노자동차의 CEO이자 아브토바즈, 미쓰비시자동차의 회장을 지낸 카를로스 곤입니다.

곤은 이들 4개 회사에서 모두 최고의 직책을 맡고 있었고, 2018년 금융상품거래법 위반과 특수배임 등의 혐의로 체포됐을 때도 3개 회사를 경영했습니다. 이후 곤은 보석금을 내고 풀려나 가택연금 상태였으나 희대의 탈주극을 벌여 일본과 범죄인 인도조약이 체결되지 않은 고국 레바논으로 도피해 현재 도피자 신세로 살고 있습니다.

4개 기업의 최고 직책을 맡고 있던 곤도 이에 대한 부담감을 토로한 적이 있습니다. 그는 2014년 링크트인 부사장 겸 편집자였던 대니얼 로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많은 회사를 한 번에 운영할 수 있는 능력의 핵심은 멀티태스킹을 피하는 것”이라고 한 바 있습니다.

그의 스케쥴은 보통 1년 이상 전에 정해지는데, 그때 자신이 어느 나라에 있든 어느 회사에 집중하느냐가 결정된다는 게 요지였습니다. 곤이 경영하던 회사들은 일본, 프랑스, 러시아에 흩어져 있었는데, 그중 어떤 회사에 집중할지를 1년여 전에 정한다는 것이지요.

하지만 머스크는 곤과 다른 생각인 것 같습니다. 그는 2018년 ‘SXSW(사우스 바이 사우스웨스트)’에서 패널로 나와 “강력한 팀을 고용하고 그들에게 적절하게 책임을 분배함으로써 그가 이끄는 벤처에 쏟는 시간을 효과적으로 할애했다”고 한 바 있습니다. 곤이 멀티태스킹을 피한 것과 달리, 머스크는 여러 가지를 동시에 하겠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네요.

▲잭 도시 트위터 전 CEO가 2018년 11월 인도 뉴델리 인도공과대학(IIT)에서 열린 한 타운홀 행사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뉴델리/로이터연합뉴스
▲잭 도시 트위터 전 CEO가 2018년 11월 인도 뉴델리 인도공과대학(IIT)에서 열린 한 타운홀 행사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뉴델리/로이터연합뉴스
트위터의 공동 창업자인 잭 도시 역시 멀티태스커였습니다. 그는 2015년 10월부터 2021년 11월까지 트위터와 결제서비스업체 스퀘어의 CEO를 겸임했습니다. 그러나 도시는 두 회사를 오가면서 자신만의 시간관리 노하우가 있었다고 합니다. 매주 같은 시간에 직원들과의 회의를 갖는 식이었습니다. 그는 2016년 미국 월간지 패스트컴퍼니와의 인터뷰에서 “내 스케쥴에서 많은 반복이 있는 걸 좋아한다”며 “이는 우리가 무작위적으로가 아닌, 확실하게 성장하고 있다는 걸 보여준다”고 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도시가 멀티태스커가 되려 했을 때 이를 반대하며 충고한 게 머스크였다고 합니다. 2015년 머스크는 ‘베니티 페어 뉴 이스터블리시먼트 서밋’에서 도시에게 “두 회사를 경영하는 걸 권하지 않는다”고 했답니다. 그게 자유를 아주 많이 떨어트린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그랬던 그가 이제 5개 회사를 동시에 운영하겠답니다. 머스크가 14일 트위터 인수 의사를 표명한 건 지분 9.2%를 확보해 트위터 최대 주주가 됐다는 보도가 나온 지 일주일만이었습니다. 그 다음날 트위터는 머스크가 회사 지분 14.9% 이상을 보유할 수 없다는 경고를 하고, 머스크에게 트위터 이사회 자리를 제안했습니다. 그로부터 닷새 후 머스크가 그 자리를 거부했다고 보도가 나왔지요.

8100만 명 이상의 트위터 팔로어를 보유한 머스크는 14일 트위터의 ‘비범한 잠재력’을 ‘전 세계 표현의 자유를 위한 플랫폼’으로 만들기 위해 회사를 인수하려 한다고 밝혔습니다. 자신은 “표현의 자유가 민주주의가 기능하기 위한 사회적 필요조건이라고 믿는다”고요.

하지만 그의 이런 확신은 몇 시간 만에 또 뒤집혔습니다. 같은 날 그는 캐나다 밴쿠버에서 열린 ‘TED 2022’ 컨퍼런스에서 자신의 트위터 인수 시도가 성공할지 확실하지 않다며 이에 대비한 플랜B를 언급했습니다.

이처럼 오락가락하는 머스크 때문에 관련 주가만 수난입니다. 14일 테슬라 주가는 3.66% 빠진 985달러에, 트위터 주가는 1.68% 떨어진 45.08달러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머스크가 트위터를 인수한다면 어떤 그림이 그려질지 불을 보듯 뻔하네요.

한편, 머스크는 17일 자신의 트위터에 "Love Me Tender"란 의미심장한 글을 남겼는데요. 이를 놓고 머스크가 트위터 경영권 확보를 위한 '텐더오퍼(주식 공개매수)'를 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텐더오퍼란, 매수 기간, 주가, 목표 취득 주식수를 사전에 공개하고, 증권거래소를 거치지 않고 불특정 다수의 주주로부터 주식 매입을 실시하는 것입니다. 의결권의 3분의 1을 넘는 대규모 매입을 시장 외에서 행하는 경우는 원칙적으로 이 방법에 따라야 합니다. 한국에서는 영어 'Take Over Bid'를 줄여 'TOB'라고 표현합니다. 즉, 머스크가 TOB를 시사했을 것이란 분석입니다.

앞서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5일 트위터가 '포이즌필(독소조항)'이라 불리는 경영권 방어책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렇게 되면 트위터가 머스크의 인수 제안을 거부해, 적대적 관계로 발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겠습니다.

당분간 머스크와 트위터 이슈는 월가를 뜨겁게 달굴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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