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규모 사업장일수록 최저임금 미만율↑
경총 “향후 상당 기간 최저임금 안정 필요”
지난해 법정 최저임금을 받지 못하는 국내 근로자가 300만 명을 넘어서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17일 통계청의 ‘2021년 8월 경제활동인구조사 근로 형태별 부가조사 원자료’를 분석한 ‘2021년 최저임금 미만율 분석 및 최저임금 수준 국제비교’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우리나라 노동시장에서 법정 최저임금인 시급 8720원을 받지 못한 최저임금 미만 근로자 수는 321만5000명인 것(미만율 15.3%)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최저임금 인상률이 1.5%로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임에도 역대 2번째로 높은 수치다.
특히 2001년 57만7000명(미만율 4.3%)이었던 최저임금 미만 근로자는 20년 사이 263만8000명이 증가한 것으로 분석됐다. 또 최저임금 미만율(15.3%) 또한 작년 임금 근로자 수 급증에 따라 2020년(15.6%)보다 소폭 감소했지만 역대 4번째로 여전히 높게 나타났다. 2018년 이후 매해 15%를 웃돌고 있다.
경총은 이런 결과를 두고 “최저임금 고율인상이 누적돼 우리나라 최저임금 수준이 매우 높아짐에 따라 노동시장의 수용성이 떨어진 것에 가장 크게 기인한 것”으로 추정했다.
경총이 OECD와 각 국가의 최저임금 소관 부처 자료를 바탕으로 분석한 결과 지난해 우리나라 최저임금은 중위임금 대비 61.2%로 OECD 국가 중 상위권(30개국 중 8번째)이었다. 특히 경총에 따르면 산업 경쟁국인 G7 국가들과 비교하면 가장 높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5년간(2017~2021년) 국내 최저임금 인상률(누적)은 44.6%로 우리와 산업경쟁 관계에 있는 주요국(G7)보다 약 1.7~7.4배 높았다.
업종별로 살펴보면 최저임금의 일률적 인상으로 농림어업(54.8%), 숙박음식업(40.2%) 같은 일부 업종에서 최저임금 미만율이 매우 높게 나타났다. 이로 인해 업종 간 최저임금 미만율 편차가 최대 52.9%p(농림어업 54.8%ㆍ정보통신업 1.9%)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최저임금 인상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소규모 사업장일수록 최저임금 미만율이 높게 나타났다.
5인 미만 사업장에서 근무하는 근로자 379만5000명 가운데 33.6%인 127만7000명이 최저임금 미만 근로자로 나타났다. 경총은 이 규모 사업장에서는 현재 최저임금 수준이 사실상 수용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망했다.
하상우 경총 경제조사본부장은 “작년 최저임금 인상률이 역대 가장 낮게 결정됐지만 우리 노동시장 내 최저임금 미만 근로자 수는 역대 2번째로 많았다”며 “이는 누적된 과도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해 우리 노동시장, 특히 일부 업종과 규모에서 최저임금을 감당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라고 지적했다.
하 본부장은 “최저임금 수용성 제고를 위해서는 향후 상당 기간 최저임금 안정이 중요하다”며 “특히 업종에 따라 격차가 심한 경영환경을 고려해 최저임금 구분적용이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