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곡 살인' 사건의 피의자 이은해와 조현수 씨가 16일 오후 검거돼 인천지검으로 압송되면서 이들의 혐의 입증과 도피 과정 등에 관한 검찰 조사도 본격적으로 진행될 전망이다. 수사 과정에선 이 씨의 옛 남자친구가 태국에서 의문사한 의혹 등에 대한 수사도 병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씨의 남편인 A(사망 당시 39세)씨가 숨진 것은 2년 10개월 전인 2019년 6월 30일이다. 당일 오후 8시 24분쯤 A씨는 경기 가평군 용소계곡의 절벽에서 웅덩이로 다이빙했다가 숨졌다. A씨가 사망한 뒤 경기 가평경찰서는 타살 혐의점이 없는 변사 사건으로 내사 종결했으나, 2019년 10월 유족의 지인이 경기 일산 서부경찰서에 제보해 재수사가 진행됐다.
이 씨와 공범인 조 씨는 2020년 12월 살인·보험사기방지 특별법 위반 미수 혐의로 의정부지검 고양지청에 불구속 송치됐다. 의정부지검 고양지청은 피의자들 주거지 담당인 인천지검으로 사건을 이송했고 인천지검은 작년 2월 재수사에 나섰다.
검찰은 이 씨 등이 수영을 전혀 할 줄 모르는 A씨에게 계곡에서 다이빙하도록 한 뒤 구조하지 않아 살해한 것으로 봤다. 마땅히 해야 할 행위를 하지 않은 '부작위'에 의한 살인 혐의를 적용한 것이다. 특히 검찰은 이들은 A씨 명의로 든 생명 보험금 8억 원을 노리고 범행한 것으로 판단했다.
검찰은 이날 인천지검으로 압송된 이 씨 등의 구속영장을 17일이나 늦어도 18일에는 청구하고 부작위에 의한 살인 혐의를 입증하기 위한 수사를 이어갈 전망이다.
또 이 씨 등의 살인미수 혐의에 관한 조사도 이뤄질 예정이다. 검찰은 앞서 이 씨 등이 2019년 2월 강원도 양양군 한 펜션에서 A씨에게 복어 피 등을 섞은 음식을 먹여 살해하려고 했으나 독성이 치사량에 못 미쳐 미수에 그친 정황을 포착하고 살인미수 혐의로 입건한 바 있다. 또 3개월 뒤인 2019년 5월 경기도 용인시 한 낚시터에서 A씨를 물에 빠뜨려 살해하려다가 잠에서 깬 지인에게 발각된 정황도 발견했다.
경찰은 이 씨의 옛 남자친구가 태국에서 의문사한 의혹 등을 조사한다는 방침이다. 이 씨의 전 남자친구는 지난 2014년 7월 이 씨와 함께 태국 파타야 인근 산호섬에서 스노클링을 하다가 사망했다.
당시 현지에서 단순 사고사로 처리된 부검기록 등을 확보한 경찰은 사건기록 등도 태국 당국으로부터 넘겨받아 계속 수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태국에서 숨진 사망자의 친형이라고 밝힌 한 누리꾼은 앞서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린 글에서 “제가 이 씨를 통해 들었던 사고 당시 내용과 비교했을 때 실제 상황과 다르거나 저한테 얘기하지 않았던 내용이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그는 “제 동생과 관련한 사망보험금은 전부 저희 아버지께서 받았다”며 “아마 이 씨가 별도로 수령한 돈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 씨와 조 씨는 검찰의 2차 조사를 잡혀 있던 지난해 12월 14일 잠적해 4개월 넘게 도피 생활을 이어오다가 이날 검거됐다. 이 씨는 이날 오전 아버지에게 자수 의사를 전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씨 아버지는 “딸이 자수하려고 한다”라며 오피스텔 주소를 경찰에 알려줬고, 경찰은 이 씨 아버지와 함께 해당 오피스텔을 찾아가 이 씨와 조 씨를 체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