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포털 양대산맥으로 꼽히는 네이버와 카카오가 올해 연봉 인상안을 확정했다. 네이버는 10%, 카카오는 15%씩 연봉을 올릴 계획이다. 지난해 각각 매출액 6조 원을 넘기며 최대 실적을 넘긴 만큼 임직원에 대한 처우 개선에 나선 것으로 보이지만, 이는 IT업계의 부담감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4일 IT업계에 따르면 네이버는 최근 네이버노사와 연봉협상을 통해 연봉 10% 인상안을 잠정 합의했다. 전년도 성과에 따라 개인별로 인상폭은 달라지겠지만, 최소 300만 원의 연봉 인상을 보장하기로 했다. 이번 임금 합의안은 조합원들의 최종 찬반투표를 거친 뒤 확정된다.
앞서 카카오는 남궁훈 대표가 직접 연봉을 15% 인상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남궁훈 대표는 내정자 신분인 지난 2월 사내 게시판을 통해 연봉협상 재원을 전년 대비 15% 늘리겠다고 밝혔다. 실제로 카카오는 올해 임직원 인건비 예산을 15% 늘리며 연봉 인상안을 현실화 했다.
연봉 인상으로 인해 네이버와 카카오의 평균 임금 역시 상승할 전망이다. 지난해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네이버는 지난해 평균 임금이 1억2915만 원, 카카오는 1억7200만 원으로 나타났다. 다만 임금 중 일부는 스톡옵션 행사로 인한 차익과 인센티브로 주식을 나눠주는 스톡그랜트 프로그램이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네이버와 카카오의 연봉 인상이 이어지자 IT업계에서는 포털 업계가 임직원 처우개선에 본격적으로 나선 것으로 분석한다. 네이버의 경우 지난해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한 극단적 선택으로 인해 뒤숭숭한 한해를 보냈다. 폐쇄적이고 수직적인 조직문화를 개선하고 임직원들에 대한 보상을 강화하기 위함이라는 분석이다. 카카오는 올해 초 공동체 대표의 주식 매도 논란으로 인해 카카오 대표 내정자가 바뀌는 등 잡음을 겪었다.
연봉 인상으로 인해 내부 직원들의 혼란은 잠재울 수 있지만 업계 전체에서는 릴레이 인상이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대형 플랫폼 기업이 연봉을 인상하게 되면 업계 전체적으로 연봉 인상 러시가 이어질 수 있다는 걱정이다.
실제로 지난해 게임업계에서는 넥슨이 신입 초봉을 5000만 원으로, 직원 연봉은 일괄 800만 원 인상하며 신호탄을 쐈다. 이어 엔씨소프트 1300만 원, 넷마블 800만 원, 펄어비스 800만 원, 크래프톤 2000만 원 등 게임업계 전체적으로 인상행렬이 이어졌다. 하지만 연봉 인상 여파로 지난해 게임 산업 전반적인 실적은 초라했다. 연봉 인상으로 인해 인건비 부담이 늘어나자 중소 게임 개발사의 경우 인원을 감축한 사례도 발생하기도 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IT업계 전반적으로 개발자 전문인력 품귀현상이 심해지며 몸값이 높아지고 있다”며 “대기업의 경우는 걱정 없겠지만 중소 IT기업의 경우 전체 연봉이 급격하게 인상될 경우 인건비 부담으로 이어져 실적악화라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