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대선 기간 다양한 경제정책을 내놓았습니다. 특히 광주 유세 때는 광주 복합쇼핑몰 유치와 함께 기업들의 자유로운 경제활동 보장을 약속했습니다. 여러 규제로 힘들었던 유통업계에게는 단비 같은 소식이었습니다. 유통업계는 차기 정부에서 대표적인 규제인 ‘대형마트 의무휴무제’가 완화되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대형마트 의무휴무제는 과연 어떤 제도일까요?
대형마트 의무휴무제는 2012년 유통산업발전법에 의해 시행되고 있는 제도입니다. 대형마트, 기업형 슈퍼마켓(SSM)이 매월 2번 문 닫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습니다. 침체된 전통시장 및 중소 유통업체를 살리자는 취지로 이뤄진 것입니다.
법 도입 여부를 놓고 찬반 논쟁은 치열했습니다. 지역상권을 살리기 위해서는 대형마트를 규제해야 한다는 찬성 의견도 있는 반면, 전통시장 경쟁력 향상은 대형마트 규제가 아닌 자체적인 노력에 의해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당시 국회는 유통산업발전법을 통과시켰습니다.
법 시행 이후에도 논란은 끊이지 않았습니다. 2016년 유통업체들은 의무휴업일을 강제하는 것이 헌법에 규정된 직업 선택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헌법 소원을 냈습니다. 하지만 헌법재판소는 2018년 유통산업발전법이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9명의 헌법재판관 중 8명이 합헌이라고 결정을 내렸습니다.
당시 헌재는 “대형마트와 전통시장, 중소유통업자들의 경쟁을 그대로 방임한다면 결국 대형마트 등만이 유통 시장을 독과점할 것”이라며 “전통시장, 중소유통업자들은 현저히 위축되거나 도태될 개연성이 매우 높다”고 판단했습니다.
유일하게 위헌 판단을 한 조용호 재판관은 “(규제 도입 이후) 전통시장으로의 매출 이전 효과가 있음을 나타내는 유의미한 결과가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습니다.
대형마트 의무휴무제로 과연 전통시장 및 중소 유통업체는 살아났을까요. 대답은 ‘아니요’입니다. 법 취지와 달리 소비자들은 대형마트 휴무일에도 무조건 전통시장 등에 방문하지 않았습니다.
지난 해 1월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가 시장조사기관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시행한 ‘대형마트 등에 대한 유통규제 관련 소비자 인식 조사’에 따르면 공휴일 집 근처 대형마트가 영업하지 않을 때 전통시장을 방문한다고 답한 소비자는 8.3%에 불과했습니다. ‘대형마트 영업일이 올 때까지 기다린다’는 응답이 28.1%에 달했습니다.
즉 소비자들에게 불편함만 준 셈입니다. 대형마트 쉬는 날을 알아보고자 소비자들이 일일이 휴무일을 검색하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전통시장도 크게 성장하지 못했습니다. 서울시 상인연합회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전통시장 매출은 전년 대비 최대 80% 감소했습니다. 매출 감소 폭이 적은 망원시장, 화곡본동시장 등은 다른 전통시장들과 달리 플랫폼 활용에 적극적인 곳이였습니다.
이마트 노조는 “유통업 규제로 인해 골목상권과 전통시장은 살아나지 못했다”며 “오히려 규제에서 벗어난 업태가 이익을 보고 국민 생활에 불편함을 주고 있다”고 호소했습니다.
유환익 전경련 기업정책실장은 “지금은 유통법 논의 과정에서 변화하는 유통산업 환경을 고려해 국민 눈높이에 맞는 유통정책 수립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유통업계는 차기 정부에 대한 기대감이 높습니다. 유통산업발전법에 명시된 대규모 점포의 영업시간 제한, 전통시장 반경 1㎞ 내 3000㎡(약 907평) 이상 점포 면적 출점 금지 등도 완화되길 희망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개정이 쉬운 일이 아닙니다. 소상공인들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는 정치권이 나서기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정부당국 역시 논란이 뻔한 사안에 적극적인 대처를 요구하기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소비자들의 불편이 가중되고 있다는 명분이 있는 만큼 새정부가 유연하게 나설 가능성도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차기 정부가 현 정부와 달리 유통 규제 완화에 긍정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하지만 법 개정까지 여러 난관을 거쳐야 하는 만큼 규제 완화는 당장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