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금융당국 등에 따르면 KB·신한·하나·우리 등 4개 은행과 우정사업본부, 금융위원회는 국내 우체국 전 지점이 입출금이나 송금과 같은 은행의 단순 업무를 대행할 수 있도록 한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은행과 우정사업본부가 위탁 업무 범위와 일정 등을 최종 합의하면 올해 안에 우체국에서 은행의 업무를 시작할 수 있도록 시스템 연계에 나선다.
올해 안에 몇개 우체국이 시스템적으로 입출금과 같은 간단한 업무를 대행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아직 세부적인 합의에 도달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실제 시행 일정 등에 대한 논의가 추가로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은행권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우정사업본부와 은행권의 업무 위탁 논의가 있었는데 의견 차이가 컸다"며 "최근 양쪽이 합의에 가깝게 이견을 조율하면서 연내 서비스를 시작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은행과 은행연합회, 우정사업본부는 지난해부터 태스크포스(TF)를 구성, 우체국에 은행의 업무 일부를 위탁하는 사안을 두고 논의했다.
은행들이 디지털 전환을 내세워 지방을 중심으로 영업점포를 폐쇄함에 따라 스마트폰이나 현금자동입출금기(ATM) 조작에 익숙지 않은 노인 등 금융 취약계층이 소외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영업점을 폐쇄하려는 은행과 수익을 늘리려는 우정사업본부 입장에서는 업무위탁이 상호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하지만, 논의 과정에서 우정사업본부가 은행 업무를 우체국 모든 지점에 위탁해야한다고 주장하면서 그간 논의는 답보상태에 머물렀다.
은행은 점포를 주로 폐쇄하고 있는 지방에서만 우체국이 업무를 대행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우체국도 은행과 같이 예·적금 상품을 취급하고 있기 때문에, 업무 대행 지점이 늘어나면 그만큼 고객을 빼앗길 수도 있다는 우려가 있었다.
또 우체국 전 지점에서 위탁업무를 하게 되면 은행 점포가 많은 수도권에서도 고객이 거주지에서 가까운 우체국을 찾아 업무를 볼 수 있게 된다. 이 경우 대행 수수료를 추가로 지불해야 하는 점도 걸림돌로 작용했다.
이 때문에 우체국 전 지점에서의 은행 업무위탁을 두고 은행별로 입장이 미묘한 차이가 있다. 은행들은 우체국에 단순히 업무를 위탁할지 아니면 우체국 안에 점포를 설치해 공동지점을 운영할지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의 디지털·비대면화가 가속화되면서 은행 점포는 계속 줄고 있다. 여기에 케이뱅크, 카카오뱅크, 토스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이 영향력을 빠르게 확장한 점도 은행 점포 축소를 야기했다.
11일 은행연합회 은행통계정보시스템의 최근 통계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씨티·SC제일 등 시중은행의 영업점포 수는 지난해 말 기준 3316곳으로 1년 전에 비해 230곳이 줄었다.
지점은 3139곳에서 2930곳으로 209곳 줄었고, 출장소는 407곳에서 386곳으로 21곳 감소했다.
문을 닫는 점포 수는 갈수록 빠르게 늘고 있다. 2017년 3858곳이던 시중은행 점포 수는 2018년 3834곳으로 24곳이 줄었고, 2019년 3784곳으로 50곳이 감소했다. 2020년엔 폐점포 수가 238곳으로 급증했고, 지난해에는 230곳이 추가로 문을 닫았다.
영업점포 수가 줄면서 직원 수도 눈에 띄게 감소했다. 시중은행의 총임직원 수는 지난해 말 기준 6만5183명으로, 2020년 말 6만7561명과 비교해 2378명 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