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상장사 3곳 중 2곳이 배당을 예년보다 대폭 확대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글로벌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 강화 기조 속에 미국발 긴축 여파로 국내 증시까지 휘청이자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을 통해 주주달래기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2일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가 국내 상장사 중 지난 2월 28일까지 배당(중간배당 포함)을 발표한 853개사의 2021년 회계연도 기준 배당금을 조사한 결과, 이들 중 배당금을 지난해보다 늘린 기업은 총 568곳으로 비중이 66.6%로 집계됐다. 이는 2020년 비중 46.2%(1226곳 중 567곳)보다 20.4%포인트 높아진 수치다.
반면 작년에 비해 배당금을 줄인 기업 비중은 15.7%(134곳)로 2020년(35.8%, 439곳)보다 20.1%포인트 줄어들었다. 배당금 규모가 전년과 같은 기업은 17.7%(151곳)였다.
조사 대상 853개 상장사의 2021년 회계연도 기준 배당금은 총 38조3232억 원이다. 2020년 배당금인 43조3310억 원보다 5조78억 원(11.6%) 적지만, 당시 삼성전자가 이례적으로 지급한 특별배당금 10조7188억 원을 제외하면 5조7110억 원(17.5%) 늘어난 수치다. 2019년 배당금 31조7701억 원과 비교해서도 6조5531억 원(20.6%) 증가했다.
아직 배당결정을 공시하지 않은 기업들을 고려하면 최종 배당금 규모는 40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관측된다.
업종별로는 지주사들이 포함된 기타금융 업종의 배당금이 2020년 4조6921억 원에서 지난해 6조2546억 원으로 1조5625억 원(33.3%) 늘어 증가폭이 가장 컸다. 2위는 현대·기아차가 속한 운수장비 업종으로 자동차 업황 개선에 힘입어 같은 기간 배당금이 1조2919억 원(74.5%) 증가했다. 화학(9675억 원, 41.8%)과 철강금속(8991억 원, 82.2%), 유통(5510억 원, 49%) 업종도 배당금 증가 상위 업종으로 집계됐다.
반면 배당금이 가장 많이 감소한 업종은 전기전자로 같은 기간 무려 9조9501억 원(45.8%) 줄었다. 이 역시 2020년 삼성전자의 특별배당에 대한 기저효과 영향으로, 특별배당을 제외하면 7688억 원(7.0%) 오히려 늘었다. 나머지 업종 중에는 전기가스업이 6248억 원(68.2%) 줄어 감소 폭이 가장 컸고, 증권(-3231억 원, -29.6%), 건설(-1260억 원, -28.2%), 음식료품(-872억 원, -23.7%), 기타제조(-365억 원, -5.7%) 순이었다.
기업별로는 기아가 2020년 4009억 원에서 지난해 1조2028억 원으로 8019억 원(200.0%) 늘어 증가폭이 가장 컸다. 포스코(6653억 원, 107.3%), 현대자동차(5151억 원, 65.6%), KB금융(4559억 원, 66.1%), 우리금융지주(3944억 원, 151.7%)도 증가폭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배당금이 가장 많이 감소한 기업은 삼성전자로 2020년 20조3381억 원에서 지난해 9조8094억 원으로 10조5286억 원(51.8%) 줄었지만, 특별배당 요인을 제외하면 1902억 원(2.0%)이 증가했다. 이어 메리츠증권(-1507억 원, -67.7%), 메리츠금융지주(-921억 원, -77.7%), 메리츠화재(-841억 원, -55.7%), LG전자(-630억 원, -29.1%), 서울도시가스(-583억 원, –89.6%) 순으로 감소폭이 컸다.
작년과 비교해 주당 배당금이 많이 증가한 기업은 효성티앤씨다. 2020년 5000원에서 2021년 5만원으로 10배 증가했다. 지난해 신규 배당을 실시한 효성첨단소재가 0원에서 1만 원으로 증가해 2위였고, 포스코(9000원, 112.5%), 광주신세계(5000원, 142.9%), 한국쉘석유(5000원, 35.7%) 순이었다.
시가배당률은 주당 2720원을 배당한 이크레더블이 13.5%로 가장 높았다. 효성티앤씨(9.3%, 5만원)와 동양생명(9.0%, 620원), 현대중공업지주(9.0%, 5550원), LX인터내셔널(8.6%, 2300원)도 8%가 넘는 시가배당율을 기록하며 상위권으로 집계됐다.
가장 많은 배당금을 받은 사람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다. 삼성물산과 삼성전자, 삼성생명, 삼성SDS, 삼성화재 등 5곳에서 총 3434억 원을 수령했다. 이어 2~4위에도 홍라희 전 리움 관장(1760억 원),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1579억 원),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1268억 원) 등 삼성 일가가 이름을 올렸다.
이밖에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1166억 원),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1094억 원), 최태원 SK 회장(1041억 원) 등 3명도 1000억 원 이상의 배당금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