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16만 명에 달하고, 재택치료가 50만 명에 육박하면서 진단키트와 해열진통제·감기약 등 이른바 ‘셀프 재택치료 용품’ 수요가 치솟고 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공급 부족 현상으로 품귀 현상이 계속되고 있다.
23일 서울시 등 각 지방자치단체 집계에 따르면 22일 0시부터 오후 9시까지 전국 17개 시도에서 집계된 확진자는 총 15만8005명이다. 21일 오후 9시에 집계된 9만7935명에 비해 6만70명이나 늘면서 단숨에 15만명대로 치솟은 것이다. 신규 확진자는 거의 매주 ‘더블링’(숫자가 배로 증가) 효과가 나타나고 있어, 이런 추세라면 이달 말에는 하루 20만명 이상도 발생할 수 있다.
확진자가 늘면서 진단키트 수요가 치솟고 있다. PCR(유전자증폭) 검사에 앞서 신속항원검사를 받게하는 새 방역체계 전환에 따라서다. 시중 약국과 편의점에는 당초 하루 평균 진단키트 50개만 공급했지만 현재는 완화된 상태다. 하지만 물량 확보는 충분한 생산량이 뒷따라야 하는 만큼 실제 늘어날 물량이 어느 정도인지는 확실치 않다. 업계에서는 수요가 치솟으며 자가진단키트 공급부족 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
서울 영등포구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한 약사는 “최근 공급이 예전보다 늘기는 했지만, 오전에 하루치가 다 나간다”면서 “일반 약 구매 환자보다 진단키트 문의 손님이 더 많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인근 편의점 역시 “직접 방문해 진단키트 재고 유무를 묻는 손님도 많지만, 전화가 울리면 거의 대부분 진단키트 재고 문의”라고 말했다.
자가진단키트 제조업체들은 정부의 지침 변경에 따라 생산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에스디바이오센서는 현재 2억 개 수준인 생산량을 다음달 3억 개로 늘릴 예정이며, 수젠텍도 최근 생산능력을 기존의 4배인 4000만 개로 확대했다. 젠바디도 국내 공급을 위한 생산절차에 들어서며 캐파 확대를 검토하고 있다. 이들 기업 외에도 식약처는 휴마시스와 래피젠, 메디안디노스틱, 오상자이엘, 웰스바이오 등의 진단키트를 품목 허가해 개인이 시중에서 구입할 수 있도록 했다.
안국약품은 자회사 안국바이오진단이 젠바디의 신속항원진단키트 공급 계약을 체결하고 유통에 돌입했다. 피에이치씨도 전문가용 신속 항원진단키트 수십만 회분을 이달부터 알테오젠의 자회사 세레스에프엔디를 통해 ‘KMA 의사장터’에 입점을 완료하고 국내 병의원 공급에 나섰다. 김진석 식품의약품안전처 차장은 자가검사키트를 공급하고 있는 지오영의 천안물류센터를 22일 방문해 유통 현황을 점검하고, 안정적 유통을 당부했다.
확진자가 급등하면서 감기약 수요도 늘고 있다. 보건당국은 최근 오미크론 대응 방안으로 기저질환자, 면역저하자 등은 재택치료 집중관리군으로 분류하고, 나머지 대상자들은 재택치료 일반관리군으로 분류돼 필요시, 의료기관 전화상담, 처방 등을 실시해 재택치료를 받게 했다. 무증상자와 경증환자로 대표되는 일반관리군이 자가 재택치료로 전환되면서 셀프 치료를 위해 가정 내에 구비해 둘 수 있는 제품 수요가 폭증하는 것. 전날 0시 기준 재택치료자는 49만322만 명으로 집계됐다.
서울 구로구에 거주 중인 직장인 배 모(39) 씨는 “아이 어린이집에서 계속 확진자가 나와서 '부루펜' 등 해열제를 미리 구비해뒀는데, 최근 추가 구입을 위해 약국에 들렀더니 품절이라더라”며 혀를 찼다. 서울 강남구 반포동의 한 약국에서는 “타이레놀을 찾는 분들이 많은데 현재 없어서 아세트아미노펜 성분의 다른 약을 추천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감기약과 해열제를 생산하는 제약사들은 2월 들어 주문량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삼일제약의 어린이 해열진통제 ‘부루펜시럽’과 일동제약의 테라플루 최근 판매량은 2~3배 증가했고, 동아제약의 챔프와 판피린을 찾는 이들도 늘었다. 한미약품은 종합감기약 써스펜, 부광약품은 타세놀의 올해 생산량을 당초 목표보다 높게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원제약도 2월 감기약 콜대원 생산량을 20% 가량 늘리고 공장을 24시간 풀가동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호흡기의약품의 처방 증가로 대원제약의 코대원포르테 매출이 코로나 이전 수준까지 회복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