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최근 한 연구진이 트위터 내에서 친중 성향 계정들이 베이징 올림픽 보이콧을 요구하고, 중국 내 인권탄압을 비판하는 해시태그 #GenocideGames를 포함한 트윗을 다수 게시하고 있음을 발견했다.
#GenocideGames는 인권운동가들과 일부 의원들이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신장, 티베트 등 소수민족 탄압 관련 인식을 제고하기 위해 사용하기 시작한 해시태그다.
미국 클렘슨대 미디어 포렌식 허브 소속 대런 린빌과 패트릭 워렌 교수는 지난해 10월부터 트위터 내에서 해당 태그를 포함한 트윗들을 분석한 결과 다수 자동화 계정들이 #GenocideGames 태그만 게시하고 스팸성 메시지들을 게시하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WSJ은 이를 ‘해시태그 플러딩’이라고 설명했다. 해시태그 플러딩은 표적이 되는 해시태그를 포함한 스팸성 글들을 다수 작성해 해당 해시태그 검색 효과를 무력화하는 것을 뜻한다.
린빌 교수는 “중국 선전기구는 베이징 동계 올림픽을 홍보하는 한편 위구르 등 그들의 안 좋은 이미지를 지우는 데 주력해왔다”며 “이 해시태그는 두 가지 과업을 관통한다”고 말했다.
더불어 린빌 교수와 워렌 교수는 해시태그 플러딩을 통해 실제 인권운동가들의 트윗을 찾기 어렵게 만들 뿐만 아니라 관리 시스템이 해당 태그 자체를 스팸으로 인식하게 할 수 있다며, 이 경우 관련 콘텐츠가 제거될 염려가 있다고 우려했다.
정확한 배후는 알 수 없으나 해시태그 플러딩을 위한 조직적인 움직임이 있음을 알 수 있는 징후가 여럿 발견됐다.
연구진이 추적한 자동화 계정 중 10%는 해당 해시태그를 첫 번째 트윗으로 게시했다. 린빌 교수는 이를 “해시태그 플러딩을 위해 개설된 계정임을 알려주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또한 #GenocideGames 해시태그로 트윗한 계정의 70%는 팔로워가 0이었다. WSJ은 몇몇 자동화 계정들은 비중국권인 것처럼 보이기 위해 에린 로켓, 아이작 처칠과 같은 서구권 이름을 사용하고 있다고 알렸다. 또한, 이들은 종종 영화나 드라마, 미식축구 등 중국과 관련 없는 주제들을 리트윗하기도 했다.
WSJ은 해당 계정에 관해 중국 측에 문의했으나 중국 측은 답변을 피했다고 한다.
한편, 이번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진행되면서 인권 탄압 문제뿐만 아니라 판정, 시설 등 개최국 텃세로 인한 반중 정서도 떠오르고 있다. 쇼트트랙에서의 석연찮은 판정으로 한국 선수단은 결승 진출권을, 헝가리 선수단은 금메달을 빼앗겼다는 여론이 끓었다. 스키점프 혼성 단체에서도 일본과 독일, 노르웨이, 오스트리아가 갑작스레 복장 규정을 문제삼아 무더기 실격 당하며 의문을 자아냈다. 빙질과 설질이 좋지 않아 경기 중에 넘어지거나 다치는 경우도 많다는 불만 섞인 지적도 나오고 있다.
올림픽으로 촉발된 반중 여론에도 해시태그 플러딩과 같은 여론 조작 움직임이 있을지 두고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