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연일 폭증하면서 자가검사키트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2년 전 마스크 대란을 겪었던 정부가 또다시 판단 실수로 똑같은 사태를 불러왔다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이투데이 취재 결과 온·오프라인 소매 채널은 물론 유통업체도 자가검사키트 물량이 부족해 팔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이번 주 자가검사키트 1000만 명분을 전국 약국과 온라인쇼핑몰에 공급하고 앞으로도 충분히 확보해 공급할 예정이라고 공언했지만, 결국 웃돈을 줘도 구하기 어려운 대란이 일어난 상황이다.
진단키트 유통업체 관계자는 "제조사 공장 앞에서 대기하고 있어도 정부 측이 와서 물량을 가져가 버린다고 하는데 그게 다 어디로 가는지 모르겠다"면서 "최근에는 자가검사키트 단가가 하루에 1000원씩 오를 정도"라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 3일 자가검사키트를 포함한 코로나19 항원검사시약을 '공중보건 위기대응 의료제품'으로 지정하고 자가검사키트 제조사와 유통업체를 모니터링하고 있다. 하지만 해외 사례를 통해 오미크론 변이의 급속한 전파력을 확인했음에도 확진자 예측에 실패하고, 뒤늦게 자가검사키트 확보에 나서면서 코로나19 확산 초기 겪었던 마스크 대란이 자가검사키트로 재현되는 모양새다.
코로나19 발생 후 지난 2년간 에스디바이오센서·휴마시스·래피젠 등 3종의 자가검사키트만 품목허가를 내주며 미온적이던 식약처는 이달 4일에야 수젠텍·젠바디 등 2종을 추가 허가했다. 국내에서 오미크론 변이가 확인된 지 두 달여가 지난 시점이다.
그러나 허가를 받았다고 해서 당장 시장에 공급이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현 상황에서는 최대한 많은 양의 자가검사키트를 생산해야 하는데 이를 위한 설비와 인력 확충, 원부자재 수급 등 준비 기간이 필요하다. 코로나19 발생 초기 부직포 등 원부자재 물량이 달리고 밤새 가동할 인력이 부족했던 마스크 공장과 판에 박은 듯 상황이 똑같다. 그 사이 신규 확진자는 결국 5만 명대에 진입했고, 온·오프라인의 가격 폭등은 물론 품귀 현상까지 빚어졌다.
젠바디 관계자는 "기존에 품목허가를 받은 회사는 이미 원부자재를 확보하고 있어서 얼마나 생산할지 확정할 수 있지만, 신규로 허가받은 업체는 원부자재 주문부터 시작해야 하므로 아직 출고 물량을 가늠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식약처는 품목허가 받은 자가검사키트 제품을 늘려 시장을 안정화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이 역시 쉽지 않아 보인다. 마스크 대란 때와 마찬가지로 자가검사키트 생산을 위한 원부자재가 부족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진단키트 제조기업 관계자는 "원부자재 생산 업체가 한정된 상황에서 필요 물량은 시중에 판매 중인 회사에 먼저 공급될 수밖에 없다"면서 "자가검사키트 생산과 관련된 물자의 수급이 이미 원활하지 않은 상태"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식약처는 수젠텍과 젠바디에게 3월까지 생산하는 제품은 공적 물량으로 공급해 달라고 요구했다. 공적 자가검사키트가 도입되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가 우선권을 행사하면 시중에 풀리는 자가검사키트 물량은 계속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진단키트 유통업체 관계자는 "3개월분을 예상하고 확보한 물량이 하루 만에 소진됐다"면서 "이제는 언제 들어올 것이란 예상을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