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학년도 정시모집에서 서울대 인문계열 학과에 지원한 수험생 4명 중 1명은 이과 수험생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문·이과 통합형으로 시행되면서 상대적으로 수학에 강한 이과 수험생들이 상위권 대학에 대거 교차지원한 것으로 분석된다.
9일 입시업체 등에 따르면 진학사 점수공개 이용자 기준, 서울대 인문계열 모집단위에 지원한 수험생 중 자연계열(과탐 응시자)의 비율은 2021학년도에는 0%였으나 올해는 27.04%에 달했다.
우연철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장은 “서울대 인문계열을 제외하고는 정시에서 제2외국어·한문을 반영하는 대학이 거의 없다”며 “이번 수능에서 유리하다고 생각한 이과 수험생들이 서울대를 염두에 두고 전략적으로 응시했을 것”라고 설명했다.
연세대와 고려대에선 인문계열 모집단위 지원자 중 이과 수험생의 비율이 절반에 가까운 45.90%로 분석됐다. 이들 대학도 전년도(0.44%)보다 교차지원 비율이 크게 높아졌다.
정시 합격자 발표가 마무리되면서 실제로 서울 중위권 대학 자연계에 합격할만한 점수로 상위권 대학 인문계에 합격한 사례도 확인되고 있다.
이날부터 정시 합격자 등록이 시작된 가운데 종로학원에 따르면 수능 점수가 경희대 물리·건국대 컴퓨터공학과 지원 가능권인 자연계열 학생이 연세대 경영학과에 합격하고, 동국대 자연계열 지원 가능권 학생이 고려대 인문계열에 합격하는 등 수십 명의 실제 합격 사례가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통합 수능 2년 차에도 이러한 현상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문과 학생들의 합격선 예측이 어려워지고 합격 점수 등락 폭도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이과 수험생들의 상위권대 ‘문과 침공’은 통합 수학에서 얻은 상대적으로 높은 점수를 바탕으로 이뤄진 것으로 풀이된다. 종로학원은 수학 1등급의 86.0%, 2등급의 79.7%가 이과생일 것으로 추정했다. 문과생 중 수학 고득점자가 적어 상위권대 인문계열 학과의 합격선이 떨어질 것을 노린 이과 수험생의 인문계 교차지원이 늘어났다는 것이다.
문과 학생 중 재수를 선택하는 학생들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2023학년도 정시에서는 이과 수험생의 서울대 인문계열 교차지원 비율이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우 소장은 “내년 정시에서도 많은 자연계열 학생들이 서울대 교차지원을 기대하겠지만 이번 정시가 통합 수능이 적용된 첫해였다는 것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며 “서울대가 정시 선발에 교과평가라는 정성적인 요소를 추가하는 등 변수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