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에너지 가격이 일제히 치솟으면서 에너지 관련 상장지수펀드(ETF) 수익률도 덩달아 오르고 있다. 증권가는 가격 상승을 촉발한 지정학적 리스크가 해소되기 전까지 당분간 에너지 가격이 상방압력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4일 한국거래소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3일까지 국내 증시에서 ETF 상승률 1위는 23.84% 상승한 KODEX 미국S&P에너지(합성)로 집계됐다. 이는 미국 에너지 관련 기업에 투자하는 ETF로, S&P500지수의 에너지 섹터 기업들을 편입한 'S&P 셀렉트 섹터 에너지 지수'를 기초 지수로 추종한다.
상장지수펀드 수익률 상위권 목록을 에너지 관련 상품이 점령한 모양새다. 올해 ETF 상승률 2위는 KBSTAR 팔라듐선물(20.5%)로 파악됐다. KODEX WTI원유선물(14.9%), TIGER원유선물(14.8%) 등 원유 관련 상품도 상승세를 나타냈다.
탄소배출권 관련 ETF도 일제히 오름세다. SOL유럽탄소배출권선물(17.1%), KODEX유럽탄소배출권선물ICE(16.8%),HANARO 글로벌탄소배출권선물ICE(9.9%), SOL 글로벌탄소배출권선물IHS(9.23%) 등이 높은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최근 글로벌 경제를 뒤흔들고 있는 에너지 가격 급등세가 반영된 것이 수익률 상승의 원인으로 풀이된다. 미국 유가는 지난 3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3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이 전장대비 2.01달러(2.28%) 급등한 배럴당 90.27달러로 집계됐다. 2014년 10월 이후 약 7년만에 배럴당 90달러대를 넘어선 것이다.한 주전엔 브렌트유가 배럴당 90달러를 돌파했다.
천연가스 가격도 치솟고 있다. 지난 2일(현지시간)에는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천연가스 선물이 하루만에 16% 급등하면서 100만 BTU(영국 열량 단위) 당 5.5달러(약 6600원)로 마감했다. 지난해 12월 30일(3달러 56센트)과 비교하면 올해 들어 약 54.4%가 오른 셈이다.
천연가스 가격 급등에 대체제인 석탄 수요가 늘면서 석탄 사용을 위한 탄소배출권 가격도 오르고 있다. 유럽 천연가스 가격과 연동되면서 최근 94유로로 최고치를 경신했다.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지면서 에너지 가격이 요동치는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에너지 시장에 공급책 역할을 맡고 있는 러시아가 이를 틀어쥐고 무기화 하거나 반대로 경제 제재로 수출이 막힐 우려가 상존하면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러시아의 글로벌 에너지 생산 비중은 석유 2위(11.6%), 천연가스 2위(16.6%), 팔라듐 1위(41.2%), 백금 2위(11.8%)에 달한다.
전규연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러시아와 서방국가들의 갈등이 심화되면서 원자재 시장의 경계감이 높아지고 있다”며 “러시아가 원자재 공급을 무기화 할 가능성이 있고 서방의 제재로 인해 원자재 공급이 제한될 가능성도 있어 에너지 가격의 상방압력이 높아질수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지정학적 리스크와 계절적 요인이 해소되면 에너지 가격 대란도 일부 가라앉을 거란 전망도 나온다. 전 연구원은 “OPEC+(오펙플러스)는 3월에 일일 40만 배럴증산에 합의했다”며 “지정학적 리스크가 해소된 이후 유가는 배럴당 70달러 중반대로 내려올 것으로 전망한다"고 전했다.
함형도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탄소배출권 가격은 최근 급등으로 겨울철 난방시즌 후 가격조정이 불가피해보인다”며 “높은 배출권 가격이 부담인 국가들의 정책 변경 가능성도 커지는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