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빈곤속 풍요] 여행사 “지원사업 실효성 없다”...‘K브랜드’에 파고 이긴 업체들

입력 2022-02-04 05:00 수정 2022-02-04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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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업계 "현실적이지 않은 지원뿐, 코로나 불황 이길 판셋정책 마련을"
뷰티용품, 방역물품 제조 중소기업 '브랜드K' 수출 지원에 매출 급성장

“총 4개의 정부 지원 사업을 신청했지만 고사 상태인 중소여행사에 도움이 되는 사업은 없었다. 현실에 맞는 핀셋 정책을 마련해달라.”

대면 업종의 대표격인 여행업은 사실상 목숨만 연명하는 암흑기를 2년 넘게 보내고 있다. 소외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다. 지난해 7월부터 ‘소상공인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안(손실보상법)’이 시행됐지만 여행업은 예외였다. 손실보상법은 집합금지나 영업시간 제한 같은 직접적 방역조치로 발생한 소상공인의 손실을 보상하는데 여행업은 간접적 피해 업종으로 분류됐기 때문이다.

여행업계에선 정부 지원 사업을 통해서라도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 쳤지만 생존에 도움이 되는 사업은 사실상 없었다는 볼멘소리가 이어진다. 아웃바운드(내국인의 국외 여행) 위주의 중소여행사 A업체는 코로나19로 지난해 매출이 1000만 원 남짓한 수준으로 급감했다. 직원 두 명이 2020년 3월에 퇴사했고, 이후 3명이 줄퇴사 했다. A업체는 지난해 정부가 진행한 여행업 디지털전환사업, 정보통신기술(ICT) 인력 신규 채용, 유통플랫폼지원사업, 여행 40%지원 행사 등 4가지 사업에 모두 신청했지만 실효성은 없었다고 하소연 했다. ICT 인력 신규 채용의 경우 ICT 관련 인력을 새로 채용하면 정부가 월 200만 원씩 4개월, 정규직으로 채용하면 200만 원씩 6개월로 지원 기간과 규모를 늘리는 방식이었다. A업체 대표는 그러나 “ICT 전문인력의 경우 연봉이 더 높아 지원 규모가 턱 없이 부족하고, 고사 직전 회사가 ICT 부문을 강화하기 위해 인력을 늘린다는 게 현실적으로 맞는 정책인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강순영 대한중소여행사연대 회장은 “소비자가 여행을 하면 40%의 여행 자금을 지원하는 사업도 시행됐지만 행사 진행 후 최장 40일이 걸릴 만큼 지원금이 뒤늦게 나와 일회성으로 진행한 업체가 적지 않았다”며 “자금 회전율이 높은 대형 여행사의 경우 도움이 됐겠지만 중소여행사엔 현실적이지 않는 정책”이라고 잘라 말했다.

이어 “여행업계의 디지털 지원 사업 등의 방안은 취지 자체는 좋지만 여행업이 지속가능한 상황일 때 도입할 수 있는 정책”이라며 “업계를 되살릴 핀셋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중견 이상 규모의 여행사와 중소여행사들은 여행업 손실보상법 포함을 비롯해 관광 방역 예산 편성, 특별고용유지지원업종 지정 연장 등의 정책 도입을 촉구하고 있다.

그나마 줄폐업을 우려하던 공연, 전시업계는 새 거리두기로 한숨 돌리는 분위기지만 오미크론 확산세에 여전히 긴장의 끈을 늦추지 못하고 있다. 특히 전시업계에선 위기에 빠진 전시산업이 도약할 수 있게 전시장과 온라인이 동시에 열리는 하이브리드 전시회 등 정책 지원이 시급하다고 보고 있다. 현장 전시 취소와 온라인 전환이 아닌, 현장 개최를 열며 온라인으로 보완하는 방식이다. 장기적으로는 메타버스 플랫폼 등 새로운 산업 모델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들 업종이 코로나19 확산 속에 허덕이는 사이 국내 제조업체들은 되레 매출을 키웠다. 특히 정부의 브랜드K를 간판에 달고 지원사격을 받은 업체들의 매출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디퓨저 전문 브랜드 코코도르(브랜드K 2기)는 2019년 335만 달러 수준이었던 수출액이 코로나가 확산 속에도 605만 달러(2020년)로 80% 늘었다. 지난해엔 전년 대비 2% 가량 확대된 615만 달러를 수출했다. 브랜드K를 달고 아마존 등 글로벌 이커머스 플랫폼을 중심으로 중남미, 중앙아시아, 홍콩 등에서 신규 판로를 넓힌 영향이 주효했다. 제너럴네트는 프로폴린스 가글 제품이 2020년 브랜드K 2기에 선정된 뒤 전년대비 매출이 32% 확대됐다. 국내 주요 온라인몰과 백화점, 일본 드러그스토어 등 여러 유통채널을 확보한 결과다. 삼마제약은 손 소독제가 브랜드K에 선정된 뒤 일본 1위 인터넷 쇼핑몰 라쿠텐 등에 입점해 수출 길이 열렸다. 사실상 수출 첫 해인 2020년에 일본과 미국 등에 총 100만 달러의 수출액을 달성했다. 삼마제약 관계자는 “중소기업은 기업과 제품 등 인지도가 낮을 수밖에 없어 브랜드K 선정 등 정부 지원 사업이 기업 가치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노민선 중소벤처기업연구원 미래전략연구단장은 “국내 여행업은 대체로 영세해 위기에 취약하고 생산성이 낮아 위기를 극복할 단기적인 방안과 장기적인 정책 등 촘촘한 지원이 절실하다”며 “중소 제조업은 국내 경기가 꺾이지 않도록 버팀목 역할을 해 온 만큼 인력난, 납품단가 현실화 등을 해결하고, 판로 개척 등의 지원도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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