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신 군축과 신뢰 구축 협상하자는 입장 전달
2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미국과 나토는 답변서에서 러시아의 요구를 거절한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미국은 지난달 26일 러시아에 답변서를 전달했다고 밝히면서 핵심 원칙을 강조했다는 입장을 내놨지만 답변서 내용이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스페인 일간지 엘 파이스가 해당 답변서를 입수해 보도했고 이후 존 커비 미국 국방부 대변인이 해당 내용을 확인했다.
미국과 나토는 답변서에서 러시아의 유럽 안보 관련 양자 합의 제안을 거부했다. 러시아는 지난해 12월 15일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배제와 러시아 인근 국가에 공격무기 배치 금지, 동유럽 내 군사 인프라의 1990년대 중반 수준 축소 등 안전보장 협정을 요구하는 문건을 미국과 나토에 전달했다.
미국과 나토는 러시아와 국경을 접하고 있는 나토 회원국에서 모든 군대와 장비를 철수하는 내용의 분리 조약을 맺자는 러시아의 제안을 거부했다. 미국은 폴란드와 발트해 국가에 대한 나토의 병력 강화는 순환되는 것으로 영구적이지 않다고 주장했다. 해당 조치는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합병하고 우크라이나 분리주의자들을 지원한 이후 강화됐다.
또한 미국은 답변서에서 나토의 개방정책을 확고히 지지한다고 못 박았다. 동맹 조약을 포함한 안보 협정을 선택하거나 변경할 주권 국가의 권리에 대한 어떠한 제한도 거부했다.
미국은 대신 러시아에 군축과 신뢰 구축 협상을 하자는 입장을 전달했다. 여기에는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제한하는 신전략무기감축협정(New START·뉴스타트) 대체 조약, 군사 훈련 투명성 강화, 우발적 충돌 위험을 줄이기 위한 조치 등이 포함됐다.
또한 미국은 러시아의 또 다른 우려 중 하나인 ‘안보 불가분성’에 대해 논의할 준비가 돼 있다고도 했다. 안보 불가분성의 원칙은 다른 나라를 희생해 자국의 안보 확보를 추구해선 안된다는 원칙이다.
다만 미국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추가 병력을 증강하거나 침공할 경우 미국과 나토는 방어 조치를 취할 것임을 분명히 밝혔다.
NYT는 공개된 답변서 내용을 두고 양측 간 합의가 어려울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러시아는 답변서를 전달 받은 후 긍정적인 내용이 담기지 않았다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검토하는 시간을 가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