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진자 타면 운항 금지?…'항공편 서킷 브레이커' 실효성 논란

입력 2022-01-23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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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국, 확진자 3명 이상 태운 항공기 운항 1주일간 제한…"기내 감염 가능성 작은데 가혹한 조치"

서킷 브레이커 실효성 없어
기내 전파 가능성 낮아
항공사는 자체적 방역 나서
중화권 국가에서만 시행

▲인천국제공항 주기장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항공기가 멈춰서 있다.  (연합뉴스)
▲인천국제공항 주기장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항공기가 멈춰서 있다. (연합뉴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방역 당국이 시행 중인 ‘항공편 서킷 브레이커’ 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실효성이 없고, 항공사에 과도한 부담만 안겨준다는 이유에서다.

항공편 서킷 브레이커는 외국인 확진자 3명 이상을 태우고 국내에 입국한 항공기의 운항을 1주일간 제한하는 제도다. 정기 항공편이라면 좌석 점유율이 60%로 제한되고, 부정기편은 운항 인가가 불허된다. 당국에 따르면 지난달 15일부터 이달 11일까지 4주간 미국, 베트남 등 11개국의 16개 노선을 대상으로 24회의 서킷 브레이커가 발동됐다.

23일 이투데이 취재를 종합하면 항공업계에서는 서킷 브레이커 제도가 코로나19 확산 방지와 연관성이 떨어지고, 실효성도 없다는 비판이 나온다. 항공기는 구조상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확산하기 어렵고, 실제 감염 사례도 드물어서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는 내ㆍ외부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항공기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전파되기 어려운 환경”이라며 “기내에서 마스크를 착용한다면 코로나19에 감염될 위험이 매우 낮다”고 발표했다. IATA에 따르면 항공기 객실 공기는 시간당 20~30회 순환되는데, 이는 일반적인 사무실 건물보다 10배 많은 수준이다. 또한, 항공기 내부 공기는 순환 시스템에 따라 기내 앞뒤가 아니라 천장에서 바닥으로 흐른다. 바닥으로 내려온 공기는 아래층 화물칸으로 내려가 순환된다. 좌석 등받이도 승객 간 장벽 역할을 해 바이러스가 공기 중에서 광범위하게 전파되는 것을 막는다.

미국 국방성 수송사령부(US Transcom) 연구에서도 보잉 항공기 객실 내부의 에어로졸(대기 중에 떠 있는 입자)은 평균 6분 이내로만 감지됐다. 일반적인 가정 환기 시스템보다 15배 더 빠른 속도로 미립자 물질이 제거된 것이다.

▲항공기 내부 공기는 천장에서 바닥으로 순환한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연구에 따르면 승객 좌석이 가림막 역할을 해 기내 전반에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전파될 가능성은 낮다.  (출처=IATA)
▲항공기 내부 공기는 천장에서 바닥으로 순환한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연구에 따르면 승객 좌석이 가림막 역할을 해 기내 전반에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전파될 가능성은 낮다. (출처=IATA)

낮은 전파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항공업계는 이미 자체적인 방역 조처를 하며 코로나19 확산 방지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8월부터 통합 방역 프로그램 ‘케어 퍼스트(CARE FIRST)’를 시행했다. 이 프로그램에 따라 대한항공은 해외에서 한국에 도착하는 모든 항공기를 즉시 소독하고, 미주와 중국행 항공기는 매일 기내에 분무소독을 진행하고 있다. 탑승객 간에 충분한 간격을 유지해 좌석을 배정하고, 코로나19 의심 환자가 발생하면 해당 승객 인근 좌석의 시트 커버를 전면 교체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도 ‘케어 플러스(Care+) 대책본부’를 구성해 방역 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승무원은 방호 가운을 의무 착용 후 기내 서비스에 나서고, 모든 항공기는 최소 주 1회 이상 살균 소독을 시행 중이다. 국제선 일부 노선은 별도의 추가 소독을 시행한다.

▲대한항공 직원들이 기내를 소독하고 있다.  (사진제공=대한항공)
▲대한항공 직원들이 기내를 소독하고 있다. (사진제공=대한항공)

항공사는 서킷 브레이커 제도에 답답함을 호소한다. 방역 당국 지침대로 승객의 코로나19 음성 확인서를 점검한 뒤 비행기에 태운 것인데, 그 책임을 항공사에 묻는 것이 가혹하다는 논리다.

서킷 브레이커 제도는 일부 노선 운항에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특정 노선에 투입되던 항공기의 발이 묶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한항공은 서킷 브레이커 발동 등을 이유로 인천~몽골 울란바토르 노선 운항 횟수를 주 2회에서 1회로 단축했다.

세계적으로도 항공편에 서킷 브레이커를 시행하는 국가를 찾기 어렵다. 중국과 홍콩 등 일부 중화권 국가만 이 제도를 강력히 시행 중이다. 중국민항총국은 지난해 6월부터 국제선 항공편에 서킷 브레이커를 적용해왔다. 항공기가 중국에 도착할 때 승객 5인 이상이 코로나19에 감염되면 해당 항공편을 2주 동안 자동 취소했다.

이 때문에 중국은 미국과 갈등을 빚기도 했다. 중국 당국이 유나이티드 항공에 서킷 브레이커를 발동하자 조 바이든 미 행정부는 양국 항공서비스 협정에 반하는 조치라며 "미국 항공사에 부당한 책임을 지우고 있다"고 반발했다. 그러면서 미국으로 향하는 중국 항공사 4곳의 항공편에 4주간 정원의 40%만 태우도록 명령하며 맞불을 놨다.

업계 관계자는 “항공사는 승객을 대상으로 직접 코로나19 검사를 진행할 권한도 없는데, 단지 확진자가 탑승했다는 이유만으로 항공편 운항에 제한을 두는 건 가혹하다”라며 “국제선을 몇 대 띄우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장기적으로 항공사에 부담이 될 것”이라 우려했다.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세관구역에서 방역관계자들이 수하물 소독 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세관구역에서 방역관계자들이 수하물 소독 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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