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공개(IPO) 사상 최대어 ‘LG에너지솔루션(LG엔솔)’의 청약이 마무리됐다. 청약 건수 442만 건, 증거금 114조 원을 끌어모으며 전례 없는 흥행에 성공했지만 모회사인 LG화학의 주주들이 이를 바라보는 시선은 곱지 않다. LG화학의 ‘알짜 사업’이 독립한 꼴이기 때문이다.
알짜 사업을 떼어준 LG화학의 주가는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2월 5일 102만8000 원에 달했던 LG화학의 주가는 21일 69만4000원에 마감했다. LG엔솔의 청약이 마감된 19일에는 전일 종가 대비 6% 가까이 폭락하며 하루에만 시가총액 2조9000억 원가량이 증발하기도 했다. 알짜 사업 독립과 함께 떨어지는 주가에 기존 주주들만 분통 터지는 상황이다.
LG화학 LG엔솔을 분할하기 위해 선택한 방식은 물적분할이다. 물적분할은 기업분할의 한 방식으로, 기존 회사가 지분을 100% 보유한 회사를 새로 만드는 형태로 이루어진다. 기업 입장에서는 사업 지배력을 계속 유지하면서도 상장 등을 통해 대규모 자금을 유치할 수 있다. 손해 볼 것이 없다는 얘기다.
반면 기존 소액 주주는 다르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분할되는 사업을 보고 투자를 결정했을 가능성도 있으며,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회사의 핵심 사업부가 분리되는 것은 모회사의 지분가치가 훼손되기 때문이다. 물적분할 이후 IPO까지 이어진다면 자회사에 대한 모회사 주주의 지배력은 거의 사라지는 것과 다름없다.
이처럼 기존 주주들에게 불리함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는 물적분할 후 상장이 흔하게 이뤄져 왔다. CJ E&M의 자회사 ‘스튜디오드래곤’, 카카오의 자회사 ‘카카오뱅크·카카오페이’, SK케미칼의 자회사 ‘SK바이오사이언스’ 등 최근 몇 년만 보더라도 물적분할과 IPO는 흔한 일이었다.
그러나 외국에서는 상황이 다르다. 미국·일본 등에서도 물적분할 자체는 자주 일어나지만 소액주주의 집단소송 등 제도적 대비책이 있어 자회사를 상장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알파벳과 구글이 대표적인 사례다. 알파벳은 2015년 8월 구글을 물적분할로 분리했으나 비상장 회사로 남겨두고, 기존 법인을 알파벳 주식회사로 전환했다.
이처럼 국내에서 물적분할 후 IPO를 거치며 기존 주주들의 피해가 이어져 온 만큼 투자자들의 반발도 커지고 있다.
20일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물적 분할 관련해서 금융위나 거래소에서 조치가 필요하지 않을까요”라는 제목의 청원글이 올라왔다. 청원인은 “최근 물적분할 기업이 점차 늘고 있다. LG화학에서 재미를 본 다른 회사들도 지속적으로 (물적)분할을 추진하고 있다”라며 물적분할이 “주주를 배신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전문가들 역시 물적분할 이후 상장이 대주주와 일반 주주의 마찰을 일으킨다고 분석한다. 이관휘 서울대 교수는 지난 6일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주최한 ‘모자회사 쪼개기 상장과 소액주주 보호’ 토론회에 참석해 이를 지적했다.
이 교수는 “지배 주주(대주주)와 일반 주주의 대립이 가장 중요한 키워드”라며 “결국 지주회사 할인 문제가 등장한다”고 말했다. 지주회사의 가치가 자회사의 가치를 더한 것보다 작아지는 현상을 지적한 것이다. 실제로 LG화학은 현재 시가총액 48조4900억 원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으나, LG엔솔의 시총은 상장 첫날부터 최소 70조 원으로 예상되고 있다. 모회사 주주로서는 불만이 제기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