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의 243개 시·군·구 지방자치단체 중 57개가 시청 군청 구청 등 신청사를 건립한다는 목적으로 2조3000억 원을 쌓아두고 거의 사용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32개 지자체는 2020년 기준 적립금 대비 집행금액이 0%인 것으로 집계됐다.
22일 민간 연구기관인 나라살림연구소의 '전국 지방자치단체 청사건립기금 현황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도 12월 31일 기준으로 '청사건립기금' 또는 청사 건립 또는 정비를 목적으로 하는 기금을 운용하는 지자체는 전국 243개 지자체 가운데 57개다.
2020년도 말 기준 57개 지자체의 총 적립액은 2조 3441억 원을 초과했다. 반면, 당해 지출액은 2518억 원으로, 전체 적립금액의 10.7%에 불과했다.
청사건립기금이 존재하는 57개 지자체 가운데 2020년 적립액 대비 지출액이 50% 이상인 지방자치단체는 전라남도 해남군, 충청북도 증평군 등 7개에 그쳤다. 특히, 경상북도 상주시, 경기도 고양시 등 32개 지자체의 2020년 적립액 대비 지출액은 0%대로, 이들 지자체의 청사건립기금 적립액을 합치면 1조4000억 원에 달했다.
지역별로 보면, 경북, 경남, 광주, 울산의 2020년 말 기준 청사건립기금 적립액 대비 지출액은 0%에 그쳤다. 서울의 청사건립기금 적립액은 다른 지역 대비 가장 많았지만, 지출액은 적립액의 9.66%에 불과했다. 반면, 전북 지역의 청사건립기금 적립액 대비 지출액은 71.72%로 다른 지역 대비 높은 편이었다. 이는 전북지역 자치단체 중 익산시만이 해당 기금을 운용하고 있으며 비교적 적극적 지출을 했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보고서는 "큰 규모의 지출이 한두 해에 한꺼번에 나가는 것을 방지하고자 어느 정도의 청사건립기금을 적립하는 것도 합리적인 측면은 있다"면서도 "청사를 건립했을 때 지방정부가 누릴 수 있는 사회적 후생이 이자비용보다 낮지는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즉, 시장 이자비용보다도 신청사 건립에 따른 사회적 후생이 낮다면 청사를 건립할 필요도 없어진다는 의미다.
그러면서 "미래에 청사를 건립하고자 현재 청사건립기금을 지나치게 쌓아두는 것은 자금 운용의 비효율성을 초래한다"며 "특히, 땅값이 상승하는 상황에서 10년 동안 기금을 모아서 청사부지를 확보하고 건물을 짓는 것보다 지방채를 발행해 청사를 건립하는 것이 이자 비용을 부담하면서도 저렴한 금액으로 청사를 건립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