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는 정부가 2020년 8·4대책 당시 옛 서울의료원 부지를 대상으로 발표한 3000가구 공급 계획이 비현실적이라며 한 발 물러섰다. 시는 강남구와 지난해부터 빚어온 갈등을 봉합하고, 해당 부지에 공급될 공공주택을 800가구 규모로 축소할 방침이다.
류훈 서울시 행정2부시장은 20일 오후 출입기자들에게 “현시점에서 서울시가 서울의료원 부지에 3000가구를 공급하는 방안은 비현실적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류 부시장은 서울시 내 주택분야 전문가로 도시개발 업무를 총괄하고 있다.
그는 “(결정 당시) 권한대행 체제로 서울시가 정부에 소극적으로 끌려다닐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었다”며 “정부 주도로 3000가구를 공급한다고 하니 (시 입장에선) 묵시적 동의 상황이었던 것 같다”고 했다.
앞서 시는 8·4대책 당시 정부와 함께 서울의료원 부지 일대에 반값아파트 3000가구를 공급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강남구는 “서울의료원 부지 인근은 복합 마이스단지 구축이 예정돼 있어 공공주택 공급이 적합하지 않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정순균 강남구청장은 지난해 11월 26일 기자회견에서 “오세훈 시장의 일방적인 밀어붙이기식 행정으로 강남 한복판인 서울의료원 부지에 공동주택을 짓는 것이 4·7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에서 73.5%의 절대적 지지를 보내준 강남구민들의 성원에 대한 보답이냐”고 물었다. 이후 강남구는 서울시를 상대로 행정소송까지 검토하겠다는 입장도 내놨다.
이렇듯 이번 류 부시장의 ‘800가구 공급’ 발언은 강남구 요구사항을 대부분을 받아들인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서울시는 서울의료원 부지 공급과 별개로 추가 주택 공급부지 선정은 강남구와 더 이야기하겠다고 설명했다.
류 부시장은 ‘서울의료원은 800가구 공급 부지고, 추가 공급을 위한 대체부지가 필요하면 강남구와 협의하겠다는 것이냐’는 물음에 “그렇다”고 답했다. 이어 “최근 민간 (재개발) 동력이 살아나니까 (민간 대체부지)를 충분히 얘기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