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세 수입을 추계하는 과정에서 역대 최대 규모의 오차를 낸 기획재정부가 현재 세수 추계를 담당하는 세제실을 개편하는 등 추계 방식을 개선하기로 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7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출입기자간담회에서 "세수 추계가 과도하게 난 것에 대해 엄중하게 생각하고, 차제에 근본적인 제도변화를 수반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홍 부총리는 "세수 추계 모형의 적절성 등 여러 요인이 있을 수 있지만, 세제실의 인력운용·의사 결정 구조·세수 오차 인식과 대응 등도 원인이라고 본다"며 △세수추계모형 보완 △세제실 인사교류 △조세심의회 설치 △자체지표 설정·운영 등 4가지 조치를 방안으로 제시했다.
우선, 올해 1분기 중 세수추계모형을 재점검하고 보완할 계획이다. 모형 보완과 더불어 의사결정 과정에 있어서 정부 외부 기관 전문가들의 참여를 늘리는 등 세수추계상의 절차적 투명성을 높이도록 개선할 예정이다.
아울러 기존에 세제 관련 전문가 중심으로만 운영돼왔던 세제실의 인력 구조를 개편한다. 홍 부총리는 "세제실은 세수 전문가들만 모여 있다보니 외부 소통구조에 있어 다른 실·국에 비해 칸막이가 높았다"며 "다른 실·국과의 인사교류를 통해 세제 전문성을 확보하면서도 일반적인 인사이트와 지혜가 모일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세제실의 의사결정 시스템도 보완하기로 했다. 구체적으로는 예산실의 '예산심의회'처럼 세제실장의 주재하에 세제실 국·과장이 참여해 세목별 세수 추계와 조세별 세제개편 등을 심의하는 '조세심의회'를 설치할 계획이다.
홍 부총리는 "세제실은 그동안 전문성에 입각해 의사를 결정해왔지만, 여러 사람의 의견을 모으고 의사결정을 합리적으로 하기 위해 예산심의회에 준하는 조세심의회 설치를 검토하도록 지시했다"며 "세수를 예측할 때에도 법인세, 부가가치세 세수 등을 담당하는 과·국에서 일차적으로 판단하고, 조세심의회에 올려서 여러 사람이 같이 심의해 의사를 결정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세수추계의 정확성과 세제개편·운영의 형평성 등 세제실의 성과 평가와 관련한 자체 지표도 마련한다. 정량지표로는 '세수추계 회귀선 모형'을 도입하고, 표준편차 기준으로 일정 기준 범위 내에 들어오면 패스(PASS·통과), 기준을 초과하면 페일(FAIL·실패)을 주는 방식이다. 정성지표는 연간 세제운용, 세제 개편 등이 조세 형평성을 어느 정도 충족했는지를 A,B,C,D,E 등 5단계로 평가한다. 정성평가 결과 등급이 A,B일 경우 패스, C,D,E일 경우 페일을 매긴다.
홍 부총리는 "세수추계의 정확도는 모델에 의해 검증이 가능하도록 계량적으로 나올 것이고, 조세형평성을 평가하는 정성평가의 경우엔 페널티나 인센티브를 주는 개념보다도 세제실의 자체 '조기경보시스템'으로 보면 될 것 같다"며 "세제실에 대한 강력한 스스로의 울림이 되라는 의미고, 기준범위를 벗어났다면 엄중함을 갖고 문제를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부가 이처럼 세수 추계 개편에 나선 것은 지난해 전망이 크게 어긋나서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세입 예산안 제출 당시 국세수입 예상치를 282조7000억 원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빠른 경기 회복과 부동산·주식 등 자산시장 호조로 세수 호황이 이어졌고, 정부는 지난해 7월 2차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면서 국세수입 예상치를 본예산 대비 31조6000억 원 늘어난 314조3000억 원으로 수정했다. 지난해 11월에는 다시 2차 추경 대비 19조 원의 초과세수가 전망된다고 발표했다.
정부는 이달에도 세입 예산 전망치를 수정하면서 8조 원가량의 초과세수가 더 발생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지난해 세입 규모는 총 340조 원 이상으로 늘었으며, 본예산 당시 전망치 대비 초과세수는 60조 원에 육박하게 됐다. 오차율은 2차 추경 당시와 비교하면 8%, 본예산과 대비하면 20% 이상으로 역대 최대 오차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