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 이후 전자상거래 판매 급증
아마존·구글 등 빅테크 경쟁 위해 인재 확보나서
의류 브랜드 ‘유니클로’의 모회사인 일본 패스트리테일링이 경력직 채용에서 직원의 연봉 상한을 최대 10억 엔(약 104억 원)으로 끌어올린다.
16일(현지시간) 야나이 다다시 패스트리테일링 회장 겸 사장은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새로운 사업 모델을 만들 인재를 세계 각국에서 영입하기 위해 올해부터 경력직으로 뽑는 직원 연봉을 최대 10억 엔까지 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야나이 회장 연봉(4억 엔)보다 2.5배에 달하는 금액으로 일본의 기업 경력직 직원의 평균 연봉의 200배를 넘는다.
닛케이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경력직으로 채용된 사람의 첫해 연봉은 평균 453만 엔이었으며, 의류를 포함한 유통·소매·음식 업종에서는 이보다 적은 406만 엔으로 조사됐다.
작년 8월 말 현재 패스트리테일링의 전체 그룹 직원은 약 5만6000명에 달한다. 이 가운데 ‘유니클로’ 등에 소속된 직원을 제외한 본부 사원이 약 1600명이고 이들 대부분은 경력직 채용을 통해 회사에 합류했다. 이들의 평균 연봉은 약 960만 엔인 것을 감안하면 최대 10억 엔의 연봉은 지금까지 일본에선 없었던 파격적인 대우다.
패스트리테일링이 이 같은 파격적인 결정은 최근 의류업계에 경쟁이 치열해진 가운데 나왔다. 의류업계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인터넷을 통한 판매가 급증하면서 아마존닷컴 같은 빅테크들과도 경쟁 관계에 놓이게 됐다. 미국 구글도 인터넷 통신판매 대기업과 함께 EC 분야를 강화하는 등 IT 업계를 중심으로 이(異) 업종 기업이 의류의 산업구조를 바꾸려 하고 있다고 닛케이는 설명했다.
패스트리테일링은 이들 기업과 경쟁하기 위해 파격적인 연봉으로 디지털화, 전자상거래(EC), 공급망 분야에 정통한 인재를 전 세계에서 확보하겠다는 것이 구상이다. 야나이 회장은 “컨설턴트나 대기업 출신이 아니라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거나 사업을 백지상태에서 생각할 수 있는 사람을 구할 계획”이라며 “좋은 인재가 있으면 100~200명이라도 채용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앞으로 (유니클로의) 경쟁 대상은 ‘자라’(ZARA)가 아닌 ‘가파(GAFA, 구글·애플·페이스북·아마존)’가 될 것”이라며 디지털 인재를 활용해 의류 사업의 수익 모델을 바꾸어 IT 대기업과 경쟁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와 관련해 닛케이는 이번 패스트리테일링의 결정이 일본 기업의 급여 체계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