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법 D-10] 건설업계 좁혀오는 중대재해법 칼끝…“구조적 문제 개선 시급”

입력 2022-01-1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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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업계 "공사기한 못 맞출 땐
하루 수억원씩 손해 보는 구조
공사 외 보상·철거도 시공사 몫
심야 추가 작업 등 위험도 감수"

▲15일 광주 서구 화정동 신축아파트 붕괴사고 현장 모습. (연합뉴스)
▲15일 광주 서구 화정동 신축아파트 붕괴사고 현장 모습. (연합뉴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불과 10일 앞두고 대형사고가 발생하면서 건설업계에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건설사들은 사망사고를 줄여야 한다는 중대재해법의 취지는 이해하지만, 기업 노력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며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압구정 현대’ 신화를 썼던 HDC현대산업개발이 잇단 대형사고로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았다. 정몽규 HDC그룹 회장은 지난해 6월 광주 철거현장 붕괴사고(학동 참사) 현장에서 대국민 사과를 하며 재발 방지 대책을 약속했지만, 이번 사고로 신뢰도 하락이 불가피하게 됐다.

이번 사고는 불법 하도급 관행이 근본적인 원인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공기를 맞추지 못하면 하루에 수억 원씩 손해를 떠안기 때문에 속도를 낼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원청에서 하청을 받은 업체가 재하청을 줄 때는 가장 빠르고 저렴하게 공사를 마치길 원한다”고 말했다.

국토교통부가 학동 참사 이후 안전관리를 강화하면서 지난해 11월 15일부터 지난달 20일까지 공공 공사 현장 136곳에 대해 특별실태점검을 벌인 결과, 46곳(34%)에서 불법 하도급 사례가 적발됐다.

지난 11일 발생한 화정아이파크 외벽 붕괴 사고와 관련해선 아직 불법 재하도급 정황은 확인되지 않았지만, 경찰은 철근 콘크리트 공사를 하청받아 시공한 업체 3곳에 대해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그래픽=손미경 기자 sssmk@)
(그래픽=손미경 기자 sssmk@)

한 중견건설사 관계자는 “공사에 앞서 해결돼야 할 용지 보상, 지장물 철거 등 작업을 발주기관이 아닌 시공사가 떠안고 있다”며 “여기에 공사 기간을 준수해야 하는 부담까지 더해져 상당수 건설사가 안전사고 위험이 큰 심야에도 추가 작업에 나서고 있는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대응 여력이 부족한 중소건설사일수록 고민은 더욱 깊다. 지난해 12월 중소기업중앙회가 실시한 조사에서 50인 이상 중소 제조업체의 53.7%가 법 의무사항을 준수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대한건설협회 관계자는 “그간 건설업계는 (중대재해법 조항에서) ‘경영책임자’ 정의 중 ‘이에 준하여 안전보건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시행령에 구체화해 줄 것을 요구했으나 반영되지 않았다”며 “안전보건 전담조직 설치 대상에 대해서는 시공능력평가 순위 50위 정도는 돼야 가능하다고 주장했으나 200위를 고수했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단순히 처벌을 강화하는 공포 마케팅형 대책만으로는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오히려 재해를 예방할 실질적인 방안을 찾는 데 조금 더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건설사들이 관리·감독 인력을 늘리고 관리체계를 개선하겠다고 밝혔지만, 하청에 시공을 맡겨야 하는 상황에선 하청업체의 ‘안전 의식’이 따라주지 못한다면 사고는 언제든지 재발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안전을 강화하려면 제도적 보완뿐만 아니라 발주처 또는 건설사가 수익성이 다소 낮아지는 것도 감수해야 한다”며 “지금 단계에서는 제도를 강화하기보다는 현 제도하에서 실행역량에 집중할 때”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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