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정부가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외치지만, 기업의 체감 규제는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이인용 삼성전자 사장은 12일 오후 2시 15분 서울 마포구 한국경영자총협회 회관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에게 이같이 말했다.
이날 경총 주관으로 열린 10대 그룹 CEO 토크 ‘넥타이 풀고 이야기합시다’에서 10대 그룹 CEO들은 이재명 후보와 만나 기업의 애로사항을 전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동근 경총 상근부회장이 진행을 맡았으며 손경식 경총 회장을 포함한 이인용 삼성전자 사장, 나경수 SK지오센트릭 사장, 김학동 포스코 부회장, 하범종 LG 사장, 고수찬 롯데지주 부사장, 조현일 한화 사장, 정상빈 현대자동차 부사장, 우무현 GS건설 사장, 오세헌 한국조선해양 사장 등이 참여했다.
이인용 사장은 “역대 정부가 규제 개혁과 관련한 약속을 해왔고 지금도 포괄적 네거티브 규제 등을 실행하고 있지만, 체감 규제는 오히려 늘어난 것 같다”고 지적하며 “규제 개혁을 발목 잡는 원인은 무엇이고, 이를 어떻게 해결해 나갈 것인지 궁금하다”고 이재명 후보에게 물었다.
이에 이재명 후보는 ‘익명 권력’이 갖는 한계와 탁상행정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후보는 “규제 개혁을 막는 원인은 행정 편의주의와 현장과 동떨어진 탁상행정 때문”이라며 “회사도 CEO가 누구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는 것처럼, 국가에서는 선출 권력의 역할과 리더십이 중요한 문제다”고 강조했다.
이어 “오히려 격변기인 지금이 기회인 만큼 다른 나라ㆍ기업보다 도약하기 위해서는 방해가 아닌 규제를 풀어줘야 한다”며 “위기 극복 및 기회를 만드는 판단 능력은 정부보다 시장이 훨씬 뛰어나기 때문에 규제 샌드박스 및 규제 특구를 대폭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기업 활력 제고와 차세대 인재 양성에 대한 질문도 오갔다. 하범종 LG 사장은 “기업가 정신 고취나 기업 활력 제고에 대한 보완점은 무엇인가”라고 물었다. 이어 고수찬 롯데지주 부사장은 “ESG 경영 차원에서 청년 고용은 중요한 사항”이라며 “기업가 정신을 가진 청년 양성 시스템과 창업지원 정책은 무엇인가”라고 이재명 후보에게 질문했다.
이재명 후보는 “기업이 위험을 감수하고 과감한 도전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게 정부의 역할”이라며 “다만 규제를 완전히 없앨 순 없어 규제 합리화가 중요하다”라고 설명했다.
청년 고용에서는 “창업 중심 국가를 목표로 기업가 정신을 가진 인재 양성 교육 제도를 만들고 기술 개발 및 자금 조달 지원도 이뤄져야 한다”며 “특히 실패할수록 성공 확률이 훨씬 높다는 걸 직접 경험했기 때문에 실패해도 다시 도전할 수 있는 재기 지원 정책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학동 포스코 부사장은 탄소 중립을 위한 에너지 대전환 시점에 정부의 정교하고 통합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김 부사장은 “후보가 최근 만들겠다고 한 기후에너지부에 산업 정책까지 넣을 것을 제안한다”며 “결국 에너지ㆍ기후 위기 속에서 산업 경쟁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가야 지속가능한 정책이 되지 않을까 싶다”고 제언했다.
이재명 후보는 김 부사장의 의견에 공감하면서 “매우 경직된 기존의 정부 부처 편제가 불필요한 규제를 만들고 있다”며 “과학 기술 부분을 부총리급으로 격상시키고, 탄소 부담금을 통해 얻은 재원을 기업 기술개발을 돕는 식으로 리펀드 할 것”이라고 답했다.
끝으로 손경식 경총 회장이 “중대재해 처벌법은 기업에 문제가 많을 것으로 보여 이 점에 대해 제고해주길 바란다”는 당부에 이재명 후보는 “경영계에서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해 큰 걱정을 하는 것 같다”며 “하지만 실제 입증이 쉽지 않은 만큼 적용과 관련해서는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