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세대(5G) 이동통신 상용화 4년 차를 맞았지만 이동통신 3사가 약속한 ‘요금제 다양화’는 요원하다. 정부와 국회가 전방위 압박을 가하는 가운데, 이동통신 3사가 중저가 5G 요금제 출시를 미루고 있어서다.
12일 이투데이 취재를 종합하면 이동통신 3사 모두 중저가 요금제 출시 일정이 없다. 현재 운영하고 있는 요금제 외의 신규 요금제 출시 계획이 전무하다.
5G 요금제는 5G 상용화 직후부터 논의된 해묵은 문제다. 5G 요금 자체가 높게 설계돼 있는 데다 요금제 자체도 다양하지 않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오면서다.
실제 5G 요금의 경우 가장 저렴한 요금제도 4만 원대로 높은 수준이다. 각 사의 5G 요금제를 보면 청소년·20대 요금제를 제외하면 대부분 4만~5만 원대다. KT는 월 4만5000원, LG유플러스는 월 4만7000원 수준의 5G 요금제를 운영하고 있다. SK텔레콤(SKT)의 경우 월 10GB를 5만5000원에 제공하는 요금제가 가장 저렴하다.
LG유플러스, SKT 등이 3만 원대 5G 요금제를 운영하고 있지만 온라인 요금제로 한정된다. 온라인 요금제는 온라인으로만 가입할 수 있는 데다 가입조건도 까다롭다. 결합 할인 등 혜택을 받을 수 없고, 공시지원금과 선택약정 등 약정할인도 받을 수 없다. 심지어 자사 쇼핑몰에서 할인 쿠폰을 적용받아 가입하는 경우에도 가입할 수 없다.
요금 폭이 다양한 LTE와 달리 5G 요금제의 종류가 다양하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LTE의 경우 2만 원대부터 시작해 10만 원까지 선택할 수 있는 반면, 5G 요금제는 4만~5만 원대에서 7만~8만 원대로 훌쩍 뛰어오른다. 데이터 제공량도 마찬가지다. 김상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이동통신사가 출시한 46개 5G 요금제 중 15~100GB 데이터를 제공하는 요금제는 전무하다. 반면 100GB 이상 요금제는 28개에 달한다.
더욱 다양한 요금제가 필요하다는 요구가 나오면서 정부와 정치권도 움직이고 있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는 소비자 평균 사용량에 맞는 다양한 요금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에 이동통신 3사가 중간 요금제를 출시하겠다는 약속을 했다.
또한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와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는 올해 이동통신사와 협의해 5G 중저가 요금제를 출시하고 소비자들의 요금제 선택권을 늘리겠단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이동통신사가 정작 움직이지 않으면서 요금제 다양화는 한층 요원해졌다. 5G 기지국 등 이동통신 인프라 설비에 투입한 자금을 회수하려면 이동통신사로서는 고가 요금제를 포기하지 못할 것이란 시각도 있다. 아직 5G 설비를 끝내지 못했고, 가입자도 이제 겨우 2000만 명을 넘은 만큼 아직 수익성 확보가 중요한 시점이라는 것이다.
이동통신 업계는 데이터 소모량이 많은 5G 콘텐츠 특성을 반영해 데이터 제공량을 늘렸고 이에 맞는 요금을 설계했다고 설명한다. 또한 아직 5G 상용화 초기인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5G 서비스를 시작한 지 이제 4년 째”라며 “가입자가 더 늘어나면서 요금제도 다양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