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커뮤니티에서 한 청년의 손을 보았다. 서글픈 손이었다. 왼쪽 검지 손가락 한 마디가 없는 손이었는데 연유를 알아보니 군 훈련 중에 크레모아 격발 사고를 당해 절단 당했다고 했다. 그 청년은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군인이었다. 여느 청년처럼 국방의 의무를 위해 군대에 갔고 주어진 훈련에 참여했다가 손가락을 잃었다.
다시 한번 청년을 울렸던 건 나라가 청년에게 한 허망한 답변이었다. 군 복무 중 손가락 한 마디가 날아갔지만, 보상도 받을 수 없었고 국가유공자, 보훈대상자 선정도 되지 못했다. 덜 다쳤기 때문이라는 게 이유였다.
어이없게도 이는 협소한 기준이 문제였다. 복무가 완료된 경우라면 국가유공자를 신청할 수 있지만, 청년의 경우 기준에 부합하지 못했다.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국가유공자 적용 대상은 상이 정도에 따라 1급에서 7급으로 구분하여 판정한다. 가장 낮은 단계인 7급 기준이 ‘둘째 손가락 2개 이상 관절에서 운동가능영역이 1/2이상 제한되거나 굳은 사람’이다. 손가락 한 마디가 잘린 청년은 가장 낮은 단계인 7급에도 충족되지 못했다.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 대목이다.
‘군인 재해보상법’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2019년 12월, 군 복무 중 부상 및 질병, 사망에 대한 보상을 강화하기 위해 ‘군인재해 보상법’이 제정됐지만, 산재보험에 비하면 갈 길이 멀다. 청년의 사례처럼 손가락 한 마디 이하가 절단되면 산재보험 상으론 보상이 가능하지만 군인재해 보상법으로 보상이 불가능하다. 본인이 선택해 산재보험을 들 순 없을까. 현행법상 군인 등 공무원은 산재보험 가입이 불가하다.
지난해 3월, 이 같은 문제 인식을 갖고 ‘군인 재해보상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협소한 보상기준과 금액, 군인 등 공무원은 산재보험 가입 불가 등 현행 법의 문제점을 고려하여 법률개정안을 준비했다. 우선 병사 장애보상금 지급 기준을 산재수준으로 확대했고, 더불어 장애보상금 금액도 세분화 해 지급률을 상향하는 내용을 개정안에 담았다. 군인재해보상법을 근로자 대다수가 가입된 산재보험과 비슷한 수준의 보호 및 보상받을 수 있도록 만드는데 초점을 맞췄다. 적어도 군대의 시각이 아닌 사회에서 통용되는 시각으로 보상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법안 발의에도 국방부는 아집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법안 개정 취지에는 동의하나 관계부처와의 협의가 필요한 사안’이라는 의견을 보내왔다. 사실상 수용불가 의견을 피력한 것이다. 이유는 타 공적연금과의 형평성, 막대한 재정부담 등이었다. 현재 이 개정안은 국방위에 계류돼 있다.
생각해 보면 말도 안 되는 상황이다. 국가를 위해 복무하다 다친 것을 온전히 개인이 부담해야 한다면 누가 군대에 가겠다고 자원하겠는가. 이 문제로 개인이 국가를 상대로 자신의 고통을 증명해야 하는 것도 슬픈 현실이다. 쉽지 않은 문제라는 것은 안다. 그럼에도 군 복무 중 다치거나 질병에 걸렸다면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 관련 개정안이 하루빨리 국회를 통과되길 바란다. 이를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역량을 쏟아부을 것이다.
군 복무 중 우리의 군인들이 안타깝게 다치는 비극은 없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가피한 비극이 발생했다면 적어도 청년의 손처럼 서글프게 만들지는 않아야 한다. 재원 부족 핑계로 부처 간 협의가 어렵다는 이유로 논의가 미뤄져서는 안된다. 청년의 상처가 국가를 위해 헌신한 자랑스러운 훈장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