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 레이버트(Marc Raibert) 보스턴다이내믹스 회장은 현대차그룹과 정의선 회장이 로보틱스에 전폭적인 관심과 열정을 쏟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 덕분에 양사의 협업이 긍정적인 결과물을 낼 수 있다고 내다봤다.
레이버트 회장은 “정의선 회장의 소통과 지원은 보스턴다이내믹스에 긍정적인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라며 “현대차는 대량 생산이라는 제조 역량, 유지와 보수 역량도 있다. 로보틱스 분야에서도 자체적인 능력을 키워왔다”라고 밝혔다. 이어 “협업은 이제 6개월이 지났을 뿐이다. 진행 중인 협업에 대해 내년 이후에 구체적으로 말할 수 있을 것”이라 전했다.
레이버트 회장은 4일(현지시간) ‘CES 2022’가 개최된 미국 라스베이거스 만달레이베이 컨벤션센터에서 국내 기자단과 만나 이같이 밝혔다. 마크 레이버트는 1992년 메사추세츠공과대(MIT) 학내 벤처로 로봇 기업 보스턴다이내믹스를 창업한 로봇공학 분야 권위자로, 글로벌 로봇 산업을 대표하는 인물이다.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설립 이후 2013년 미국 구글, 2017년 일본 소프트뱅크에 인수된 뒤 지난해 현대자동차그룹의 가족이 됐다. 현대차그룹은 소프트뱅크로부터 지배 지분을 인수하는 모든 절차를 지난해 6월 끝냈다.
보스턴다이내믹스는 4족 보행 로봇 ‘스팟’과 물류 작업 로봇 ‘스트레치’, 2족 보행 로봇 ‘아틀라스’를 개발했다. 이미 스팟은 기아 소하리 공장에 투입돼 안전 점검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레이버트 회장은 “스트레치는 내년에 대량으로 상용화될 예정이다”라며 “보스턴다이내믹스는 상업과 생산에 집중한 기술을 현장에 적용하려 한다”라고 밝혔다.
테슬라를 비롯한 경쟁사가 로봇을 개발하는 것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평가를 했다. 레이버트 회장은 “테슬라가 업계에 들어와 경쟁을 활발하게 한다면 환영할 일”이라며 “사람들이 ‘로봇을 살까’라고 묻는 것이 아니라 ‘어느 로봇을 살까’라고 질문할 수 있다는 좋을 것”이라 말했다. 그러면서 “테슬라가 얼마나 빨리 우리를 따라잡을 수 있을지 궁금하다. 만약 내년에 따라잡는다면 굉장히 충격적인(shocking) 일이 될 것”이라 덧붙였다.
이날 간담회에는 현대차의 로봇 개발을 총괄하는 현동진 로보틱스랩 실장(상무)도 함께 자리했다. 올해 CES에서 공개된 소형 모빌리티 플랫폼 ‘PnD 모듈’과 ‘모베드’도 현 실장의 주도로 탄생했다. 현 실장은 “PnD 모듈과 모베드는 현대차의 작품이지만, 앞으로는 보스턴다이내믹스와의 협력이 반영될 것”이라며 “희망 사항이지만, 모베드는 2년 정도 뒤에 양산이 가능할 것으로 생각한다. 2년간 내구, 안전, 규제 등을 챙겨야 한다”라고 말했다.
현 상무는 로보틱스랩이 단순히 로봇을 만드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기술을 고도화해 서비스를 만들어 고객에게 전달하는 일을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로봇이 새로운 서비스와 결합해 조금 더 나은 고객의 삶을 만들어가는 것이 현대차 로보틱스랩의 비전”이라며 “기존에 공개된 착용로봇(벡스, 첵스)과 영업 서비스 로봇 ‘달이’에도 모두 기술이 내재화돼 있다”라고 밝혔다. 레이버트 회장도 “보스턴다이내믹스는 로봇을 개발할 때 사람을 돕는 것, 어떻게 잘 도울 수 있는가에 대해 많이 생각하고 있다”라며 “앞으로도 어떻게 로봇들이 사람에게 우호적으로 친근하게 보일 수 있는지를 고민할 것”이라 덧붙였다.
로봇 산업을 둘러싼 규제에 대해서는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 진단했다. 현 실장은 “규제는 새로운 기술이 고객에게 전달되는 과정에 장애가 되는 면도 있지만, 안전을 위해 존재해야 하는 면도 있다”라며 “로봇을 연구하는 입장에서도 안전해야 한다는 점을 기술적으로 풀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스팟도 스스로 진화하고 있는데, 이런 개선을 입증된 데이터로 만들어 정부와 소통하면 대화가 수월할 것”이라고 했다.
레이버트 회장도 “(미국에서는) 로봇이 새로운 산업이다 보니 규제가 거의 없다. 하지만, 보스턴다이내믹스는 미국 정부가 로봇에 관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앞으로 어떤 것이 필요한지를 고민하기 위해 대관을 담당할 직원을 최근에 새로 채용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