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계가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법안 입법이 가시화하면서 경제계가 ‘녹다운’ 상태에 빠졌다.
5일 이투데이 취재 결과 경제계에서는 국회에서 공공기관에 노동이사제를 도입하는 내용의 ‘공공기관 운영법 개정안’이 사실상 본회의에서 통과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인 상황이다.
특히, 전날 기획재정위원회 안건조정위에서 민주당이 단독으로 처리를 강행할 것이라는 전망과 달리 여야 합의로 개정안이 의결된 이후 경제계는 ‘망연자실’한 상태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다른 때 같으면 국민의힘 측에서 반대했을 텐데 무색하게 양당이 아주 원만하게 합의했다”며 “만약 단독 강행처리를 했으면 더 강하게 반발할 수 있었을 텐데 지금은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격’”이라고 말했다.
한 재계 관계자도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지금 무게중심 자체가 노조에 쏠려 있는 상황”이라며 “특히, 대선 직전에 지나치게 노동계를 의식한 특수한 지형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경제계에서는 11일 개정안이 본회의에 상정, 의결되는 것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본회의 전까지 할 수 있는 방안을 고심하고 있지만 딱히 떠오르지 않는 상황”이라며 “직간접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방법밖엔 없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이처럼 경제계가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도입을 경계하고 있는 것은 크게 △이사회 기능의 왜곡 및 경영상 의사결정의 신속성 저하 △경제시스템과의 부정합성 △민간 기업 압박 등 세 가지 이유에서다.
우선 경영상 의사결정의 전문성과 신속성이 저해될 수 있다. 이사회는 기업의 경영상 의사결정을 핵심적인 기능으로 하는데 전문적이고 신속한 의사결정이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비전문적인 노동이사가 이사회에 참가해 노동계의 입장을 관철하려 하면 이사회의 핵심 기능 수행이 불가능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공기업이나 준정부기관 이사회는 경영목표, 예산, 운영계획 등 경영계획과 정관 및 내규 등을 논의하고 결정하는 핵심적이고 최종적인 의사결정기구로서 이사들은 그에 맞는 구실을 해야 한다는 것이 경제계의 주장이다.
경제시스템과의 부정합성도 문제점 중 하나다. 한국과 같이 주주 자본주의 체제에 근간을 두고 있는 미국, 영국 등에서는 노동이사제를 법률로 규정한 사례가 없다고 경제계는 강조하고 있다.
노동이사제를 도입한 국가 중에서도 대부분은 경영상 의사결정을 하는 경영이사회가 아닌 사후 감독을 주 업무로 하는 감독이사회에 노동이사가 참여하도록 하고 있다.
더 나아가 민간 기업에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다. 경제계는 노사갈등이 심화한 민간 기업에까지 확대될 경우 기업들의 노사관계 부담은 더욱 가중되고 경영환경은 크게 악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노사 간 협력과 타협은 노사협의회 및 단체교섭을 통해서도 충분히 이뤄질 수 있다”며 “특히 우리나라는 공공기관 노조조직률이 매우 높고, 대부분의 노조가 상급단체에 가입해 개별단위뿐만 아니라 중앙단위에서도 노동계의 주장을 정치권과 정부에 적극적으로 요구하고 압력을 행사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