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마이데이터(본인신용정보관리업) 서비스가 전면 시행된다. 은행별로 서비스 자체가 크게 다르지 않아 차별성을 내세우기 보다는 가입자 유치에 집중하면서 과열 양상을 빚고 있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내년 은행권이 시범서비스를 마치고 내년 1월1일부터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기존 마이데이터 서비스는 다른 금융사 고객 정보를 수집할 때 화면에 출력된 개인정보를 긁어오는 ‘스크래핑’ 방식으로 제공됐다. 내년부터는 이 방식이 금지되고 별도 인터페이스를 통해 금융기관이 제3의 업체로 데이터를 전송하는 API 방식 적용이 의무화된다.
마이데이터는 흩어진 개인 신용정보를 한곳에 모아 보여주고 재무 현황·소비패턴 등을 분석해 적합한 금융상품 등을 추천하는 등 자산·신용관리를 도와주는 서비스다. 소비자가 일일이 각 금융사의 앱에 들어갈 필요 없이 마이데이터를 통해 본인 정보를 한눈에 통합 조회할 수 있다. 이미 시범서비스를 통해 서비스 구축을 완료한 상황이고, 업체별로 큰 차별성이 있지 않다보니 마케팅에만 열을 올리는 모양새다.
신한은행은 내년 1월말 까지 자사 마이데이터 서비스인 ‘머니버스’에 가입하고 자산을 연결한 고객에게 구찌 지갑을 등 한정판 경품 추첨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추첨을 통해 아이패드 프로를 주고 삼성 갤럭시 스마트 워치, 구찌 발렌시아가 네오 클래식 지갑, 나이키 한정판 스니커즈도 경품으로 내놨다. BTS 아모레 퍼시픽 립 슬리핑 마스크 퍼플 에디션 한정판, 헬리녹스 BTS 캠핑용품도 경품으로 제공하고 한정판 경품을 제공한다. IBK기업은행도 내년 1월 말까지 마이데이터 계좌와 카드를 연결하면 추첨을 통해 서울 시내 호텔 식사권, 샤넬 클래식 스몰 플랩 지갑 등의 경품을 준다.
앞서 지난달 KB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은 과도한 마이데이터 사전 예약 이벤트로 금융당국에게 지적을 받자, 경품 항목을 급하게 수정하기도 했다. 우리은행은 지난달 8일부터 마이데이터 사전 예약 이벤트의 일환으로, 추첨을 통해 1등에게 ‘제네시스 GV60′을 증정한다고 홍보했다. 국민은행도 같은달 18일부터 ‘숨은 내 돈 찾기’ 서비스 등 마이데이터 예약 고객에게 ‘제네시스GV70′과 ‘제네시스GV80′를 경품으로 내걸었다. 과열 양상을 보이자 금융당국은 “마케팅이 과하다”며 시중은행 임원들에게 시정을 요구했다. 결국, 두 은행 모두 자동차 대신 다른 경품으로 변경해 제공하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금융사들이 경품공세를 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마이데이터를 통해 각 금융사의 자산이 연결되므로 가입한 고객이 이탈하지 않고 충성 고객으로 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마이데이터 사업에 은행, 보험, 카드, 증권사 등 50여개사가 참여한 상황에서 경품 등으로 주목을 끌기 위한 고육지책”이라며 “당장 마이데이터 사업으로 수익을 올릴수는 없지만, 충성고객 유치 차원에서 무리한 마케팅을 벌이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