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필영 종로구청장 권한대행의 성희롱 피해자 A 씨는 28일 "기분 나쁘고 수치스러웠지만 참으려고 노력했다"며 "보수적인 공무원 사회에서 말도 못 했다"고 주장했다.
A 씨는 이날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서울 종로구지부와 함께 종로구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런 일이 반복되자 위력에 의한 갑질, 성폭력이라는 걸 깨달았다"며 "폐쇄적인 집단에서 2차, 3차 고통을 당했다. 수사기관에 모든 걸 말하고 처벌받게 하겠다"고 강조했다.
A 씨는 지난해 7월부터 1년 4개월간 강 권한대행 비서로 근무하면서 추행과 성희롱을 당했다며 경찰에 고소했다. 강 권한대행은 의혹을 모두 부인하며 A 씨를 공갈미수죄로 맞고소했다. ([단독] 구청장 권한대행 성희롱 의혹 제기…"수사 결과 따라 조처")
공무원노조 서울 종로구지부 측은 강 권한대행이 추행 및 성희롱 의혹으로 고소를 당하고도 직무를 유지하는 것을 문제 삼았다.
전은숙 종로구지부 지부장은 "(강 권한대행이) 직을 내려놓지 않는 것은 법과 지침 이행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지방공무원법에 따르면 성범죄로 경찰 조사 중인 자는 직위를 해제할 수 있게 돼 있다. 서울시 성희롱ㆍ성폭력 개선 종합대책에도 경찰 수사개시 통보 시 즉시 직무배제를 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종로구의회는 강 권한대행이 정상적 업무수행이 어렵다고 판단해 직무배제를 요구했고, 서울시는 지침에 따라 공문으로 강 권한대행의 직무배제를 요구한 상태다.
전 지부장은 "어느 것 하나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권한대행이 법과 지침, 서울시장과 종로구의회의 요구를 무시하며 '버티면 별수 없을 것이다'는 생각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걸 보여준다"고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
종로구는 김영종 전 종로구청장이 내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사퇴하면서 권한대행 체재로 전환했다. 현재 강 권한대행은 종로구 행정과 인사를 총괄하고 있다. 노조는 이러한 권한이 향후 경찰 조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냈다.
전 지부장은 "권한대행은 징계, 근무평정, 승진 등 인사 권한을 가진다"며 "성추행 혐의 수사 진행 시 증인과 참고인으로 조사받아야 하는 종로구 공무원의 진술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징계권을 가지는 인사위원장의 권한으로 경찰 조사 결과에 따른 징계 절차 시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진행할 우려가 크다"고 덧붙였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피해 사실은 공개되지 않았다. 수사가 진행 중인 사안인 만큼 내용 공개에 신중히 태도를 보였다. 현재 A 씨는 이달 말까지 병가를 내 치료를 받고 있다.
A 씨 측은 "피해자를 향해 꽃뱀이라고 하면서 종로구청을 떠나라는 등 2차 가해를 했다"며 "가장 아름다운 나이에 고통을 겪고 있다"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