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실패에 관한 규정만 있고 다시 일어서려는 사람을 위한 재기의 규정이 없다. 신용이 문제가 된 사람들의 그 잘못된 신용 기록을 평생 움켜쥐고만 있지, 빚을 갚을 수 있는 시스템이 설계돼 있지 않다. 재도전 정책에 대한 철학 부재, 재기에 대한 설계가 없는 국가가 바로 우리나라다. 우리나라에서 한번 실패하면 다시는 어떤 기회도 가질 수 없는 이유이다.
유희숙 한국재도전중소기업협회장의 ‘두 번째 국가’는 성공에 대한 즐거운 공유가 아니다. 아무도 꺼내기 싫어하는 실패에 대한 반성이다. 타인의 신용을 움켜쥐고 득세하는 자들이 누리는 ‘눈먼 돈의 세상’과 단 한 번의 실수로 평생을 낙인찍힌 ‘성실한 실패자의 세계’가 어떻게 극명하게 다른지에 대한 기록이다. 두 번째 국가는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세상에 대한 희망이다.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한 채 사라지거나 목숨을 끊어야 할 지경의 사람이 있다면 그를 ‘워비곤 호수 마을’ 같은 또 다른 긍정적 가상의 공간으로 인도해서 그를 계속 우리 곁에 머물 수 있도록 할 수는 없을까. 사라질 수밖에 없었던 사람들을 다시 일으켜 세워 마치 계속 존재하는 것처럼 느껴지게 하는 가상의 국가처럼. 그런 가상의 공간에서 국민에게 다시 살아갈 수 있는 기회의 모델을 제시해 줄 수 있다면 워비곤 호수 밖 현실세계에서도 야바위 게임의 규칙과 상관없는 진정한 국가의 시스템을 갖추게 될 수 있지 않을까. 모든 힘든 이들의 마지막 잎새는 바로 다시 일어서는 힘에 있기 때문이다.
두 번째 국가의 설계는, 국가 시스템만 바뀐다면 얼마든지 새로운 기회를 가진 희망찬 인생을 살 수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한 실험이다. 이 가상 국가에 대한 실험은, 새로운 가상 국가 시스템이 도출하게 될 의미 있는 효과를 현실에서 반영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