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과 일자리를 배제하더라도 지방엔 청년들이 떠나야 할 이유가 널렸다.
한국지방행정연구원의 ‘지역 청년인구 유출과 지자체의 대응방향’에 따르면 2000년부터 2019년까지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총인구 비중은 점점 격차가 좁혀졌지만, 청년 인구 비중은 점점 벌어졌다. 2019년 기준으로 수도권 청년 비중은 54%, 비수도권 청년 비중은 46%로 나타났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전북, 강원, 경북 순으로 청년들의 이탈률이 높다.
청년들이 지방을 떠나는 주된 사유는 입시와 취업이지만, 생활 인프라 부재도 간과하기 어려운 문제다. 국회입법조사처가 발표한 ‘지방소멸 위기지역의 현황과 향후 과제’에 따르면 시·도별 종합병원 접근성은 서울이 2.85km, 가장 먼 경남이 31.54km로 나타났다. 시·도별 문화시설 수도 서울 120개, 경기 228개인 반면, 대구가 13개, 제주 12개로 가장 적었다. 공연문화시설 접근성이 가장 좋은 서울이 2.08km, 강원은 13.32km, 도서관도 서울이 1.04km, 강원이 9.15km로 나타났다. 공공체육시설 접근성도 서울이 1.90km일 때 경북은 8.03km였다.
시설 유형별로 나누어서 보면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국토연구원이 발간한 ‘지역 간 문화격차 해소방안 연구’에 따르면, 84개 군급도시의 91.7%는 영화관이 없고, 67.9%는 미술관이, 77.4%는 과학관이 없었다.
‘새 집’을 구하기 어렵다는 점도 지방을 떠나는 이유 중 하나다. 미분양 우려를 이유로 건설사들이 주택 공급을 꺼려서다. 충북 제천시는 5년째 아파트 민간분양이 없다. 제천시를 비롯한 지방 소도시 주민들 입장에선 신규 주택 공급이 ‘가뭄의 단비’ 같은 존재다. 한동안 민간분양이 끊겼던 전북 김제시는 8월 분양에서 청약접수 경쟁률이 최고 4.61대 1을 기록하는 흥행을 거뒀다.
이런 상황이 장기화되면서 국회에선 지방 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법안들이 잇달아 발의되고 있지만, 대부분 상임위원회에 계류돼 있다. 일례로 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지방자치분권 및 지방행정체제개편에 관한 특별법 일부개정법률안은 8월 발의됐지만, 지난달 15일 해당 상임위원회에 상정됐고 아직까지 심사 중이다. 김수흥 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국가균형발전 특별법 일부개정법률안 역시 9월 제안됐지만, 상임위 심사에 멈춰 있는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