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4000쌍 넘는 부부 결혼식 직접 챙겨
영화 '국제시장'서도 배경으로 등장
백 씨 "결혼한 부부들, 잘살고 있는지 만나고 싶어"
54년간 형편이 어려운 1만4000쌍 부부에게 무료 예식을 지원한 신신예식장 대표 백낙삼(89) 씨가 30일 ‘LG 의인상’을 받았다. LG 의인상은 2015년 ‘국가와 사회정의를 위해 자신을 희생한 의인에게 기업이 사회적 책임으로 보답한다’라는 고(故) 구본무 회장의 뜻을 반영해 제정된 상이다.
백 씨는 1967년부터 경남 마산에서 예식장을 운영하며 형편이 어려운 예비부부들이 최소 비용을 들여 결혼식을 올릴 수 있도록 돕고 있다. 20대부터 10년 넘게 전문 사진사로 일하며 아껴 모은 돈으로 1967년 3층짜리 건물을 사서 예식장으로 운영한 게 시작이었다.
그는 가난 때문에 결혼식을 미뤘던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돈이 없어 식을 못 올리는 예비부부들이 부담 없이 결혼식을 진행할 수 있도록 기본적인 사진 값 외에는 식장 대관을 비롯한 예식 전반에 대한 비용은 받지 않았다.
무료 결혼식을 이어가기 위해 백 씨와 그의 아내 최필순(81) 씨는 80세가 넘는 나이에도 건물 관리는 물론 식장 청소, 주차까지 모두 직접 챙기고 있다. 백 씨는 사진 촬영뿐 아니라 주례, 예식상담과 사회 등을 맡고, 신랑 신부의 옷과 화장, 폐백 등은 최 씨가 도맡아 하는 식이다.
100석 규모의 예식장에서 54년간 결혼식을 올린 신랑·신부는 1만4000쌍이 넘는다. 1개 예식장에서 하루 동안 17쌍의 부부가 결혼식을 올리는 진기록도 세웠다.
1400만 관객을 동원하며 큰 인기를 끈 영화 ‘국제시장’ 속에도 신신예식장이 등장한다. 주인공의 막내 여동생 ‘끝순이’의 결혼식 배경이 바로 이곳이다. 백 씨는 이 영화에서 결혼식 사진을 촬영하는 사진사로 ‘깜짝 등장’했다. 2019년엔 50년 넘게 무료 봉사를 한 공로를 인정받아 행정안전부로부터 국민훈장 석류장을 수상했다.
백 씨는 “저처럼 돈이 없어 결혼식을 올리지 못하는 분들이 없었으면 하는 마음에 하루하루 운영하다 보니 어느덧 50년이 흘렀다”라며 “건강이 허락할 때까지 예식장을 잘 운영하고, 남은 삶은 아내와 우리가 결혼시킨 부부들이 잘살고 있는지 한 번쯤 가서 만나고 싶다”라고 밝혔다.
한편 이날 LG 의인상에는 12년간 매일 폐품을 수집한 수익금으로 지역사회의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을 도운 경기도 화성시 마도면 쌍송3리 이장 박화자(60) 씨, 브레이크가 풀려 돌진하던 차량을 본인 차로 막아 대형 인명피해를 예방한 안현기(24) 씨도 함께 선정됐다.
LG 관계자는 선정 이유에 대해 “어려운 이웃을 위해 베푸는 삶을 선택한 두 분의 이웃사랑 정신과 얼굴도 모르는 이웃을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차량을 막은 시민의 용기 있는 행동을 격려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