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스타트업이 VC(벤처캐피털)로부터 투자 유치를 받기 위해 마련된 장소에서 한 스타트업 대표가 이렇게 말했다. 이날 이 기업뿐만 아닌 여러 스타트업 대표들은 기업의 기술과 사업모델 소개와 함께 ‘네카라쿠배(네이버ㆍ카카오ㆍ라인ㆍ쿠팡ㆍ배달의민족)’ 출신 인재를 영입했다고 강조했다. 스타트업의 간판으로 그들을 내세운 셈이다.
2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다수의 스타트업들은 인재 영입 과정에서 개인 역량은 물론, 직전 회사가 어디인지도 중요한 고려사항으로 여기고 있었다. 특히 업계에선 ‘금값’으로 통하는 네카라쿠배 출신에게는 높은 임금을 지급하거나 스톡옵션을 지급하는 등 인력들을 모시기 위해 혈안이다.
인공지능(AI) 스타트업인 ‘마크비전’에 최근 카카오, 쿠팡 출신의 개발이사와 프로덕트 디렉터가 합류했다. 마크비전은 두 인재가 카카오 비즈니스 플랫폼 구축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했고, 쿠팡에서 수석 프로덕트 오너(PO)로 재직했다고 알리고 있다.
도도포인트를 서비스 중인 소상공인 매장 솔루션 스타트업 ‘스포카’도 최근 배달의민족 출신 플랫폼 기획 전문가를 프로덕트 오너로 선임했다. 이번에 영입한 PO가 배달의민족 플랫폼 기획자이자 신사업 기획 리드 등 기획ㆍ개발 분야의 최고 전문가로 거듭났다고 회사 측은 강조한다.
배달대행 브랜드 ‘부릉’을 운영하는 ‘메쉬코리아’도 쿠팡과 우아한형제들 등의 기업에서 24년간 공급망관리(SCM) 전략수립 전문가로 활동한 인재를 본부장으로 앉혔다. 영입한 본부장을 내세워 물류 인프라를 강화하고 안정성을 확보해 사업 수익성을 증대시킨다는 계획이다.
이밖에 ‘마켓컬리’와 에듀테크 기업 ‘매스프레소’ 등의 스타트업도 네카라쿠배 출신들을 영입해 고위직으로 선임했다. 이들을 통해 성장 도약의 박차를 가한다는 방침이다.
스타트업들이 거금을 들여가며 IT 공룡 기업들의 인재를 영입하는 이유는 분명했다. 이들의 역량도 중요하지만, 스타트업이 내세울 수 있는 간판과 투자 유치 활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한 스타트업 대표는 “최근 네카라쿠배 개발자들의 몸값이 금값”이라며 “어렵게 구한 이들이 미래 인재 확보를 할 때 또 다른 척도로 작용해 선순환 구조를 이끌고 있다”고 영입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네카라쿠배 인재 영입 시장은 스타트업 사이에서 하나의 투자 전략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스타트업계는 네카라쿠배 핵심 인력을 필두로 성장세를 강화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통 큰 스톡옵션과 주식 무상 지급, 높은 복지 등을 내세우며 인력을 흡수하기 위한 전략이 스타트업 인력시장에서 확대되고 있다.
VC 업계도 스타트업의 투자 유치 조건으로 네카라쿠배 출신들이 팀에 속해 있는지도 보고 있다. VC 업계 관계자는 “신생 스타트업들의 투자 조건으로 그 기업의 성장 가능성과 역량이 우선순위이지만 어떤 인재가 함께하는지도 무시 못 한다”며 “네카라쿠배 출신들은 일종의 보험으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