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대통령 전두환 씨가 23일 사망하자 5ㆍ18 관련 단체들은 일제히 비판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군사반란에 이어 5ㆍ18광주민주화운동을 유혈진압 한 사실에 책임을 지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전 씨는 사망 전까지 5ㆍ18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한 사과나 책임성 있는 발언을 회피했다.
전 씨는 이날 오전 8시 45분께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에서 향년 90세 일기로 사망했다. 자택에서 쓰러졌고 이 사실이 오전 8시 55분께 경찰과 소방에 신고됐다. 경찰은 오전 9시 12분께 사망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사망하자 5ㆍ18단체는 비통한 심정을 드러냈다. 전 씨에게 법적ㆍ역사적 책임을 묻지 못했다며 원통해 했다. 5ㆍ18 기념재단과 5월 3단체(유족회ㆍ부상자회ㆍ구속부상자회)는 이날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전 씨가 죽더라도 5ㆍ18의 진실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전 씨는 자신이 5ㆍ18과 무관하다며 구차한 변명과 책임 회피로 일관해 왔다"며 "계속되는 거짓말과 왜곡으로 국민과 사법부를 기망하고 반성과 사죄는커녕 5ㆍ18 영령들을 모독하고 폄훼하며 역겨운 삶을 살았다”고 비판했다.
전 씨는 1979년 박 전 대통령 암살로 어수선한 정국에 12ㆍ12 군사반란을 일으켰다. 1980년 5월 17일 헌정을 중단시킨 뒤 반대 세력을 탄압했고, 5ㆍ18광주민주화운동을 유혈진압 했다. 당시 계엄군 헬기 사격을 증언한 고(故) 조비오 신부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29일 항소심 결심공판을 앞두고 있었다.
단체들은 "조비오 신부 명예훼손 재판이 학살 책임자에게 엄중한 법적 책임을 묻는 역사적 심판이 되길 기대했지만 전 씨가 죽음으로 이마저도 기대할 수 없게 됐다"고 원통함을 토해냈다. 그러면서 "죽음으로 진실을 묻을 수는 없다. 우리는 오월 학살 주범들에게 반드시 책임을 묻고 만고의 대역죄인 전두환의 범죄행위를 명명백백히 밝혀 역사 정의를 바로 세워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전 씨가 사망 전까지 유혈진압을 인정하지 않은 데다 주변 인물도 "무엇을 사죄하라는 말이냐"는 반응으로 일관해왔다. 이날 민정기 전 청와대 공보비서관은 전 씨 자택 앞에서 5ㆍ18광주민주화운동에 관한 취재진 질문에 "육하원칙으로 말해보라. 질문 자체가 잘못 됐다"는 태도를 견지했다.
5ㆍ18단체 관계자는 "군대가 시민을 제압한 증거가 있고 사회적 합의도 끝났지만 책임자와 주변 인사들만 모르쇠로 일관하는 중"이라며 "단죄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힘주어 말했다.
5월 단체들은 전 씨 국가장에 대해 "일고의 가치가 없다"고 단언했다. 단체들은 "앞서 노태우 씨의 국가장 결정에 대해 다수의 국민은 반대하고, 대통령의 결정에 대해 의문을 가졌다"며 "전두환 국가장은 터무니없다"고 일축했다. 이어 "현행 '국립묘지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에 의하면 전 씨가 내란죄로 처벌받았기 때문에 안장될 수 없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