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투자자들이 이달 들어 국내를 포함한 아시아 신흥국 주식시장에서 일제히 순매수에 나섰다. 외국인의 동반매수는 올해 처음인 만큼 글로벌 유동성의 신흥국 주식시장 기조가 긍정적으로 변화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자는 이달 전날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총 1조5692억 원을 순매수 했다. 지난달엔 3조8842억 원 어치를 팔았으나 이달 들어 매수 우위를 나타내고 있다.
특히 지난 11일부터 19일까지 7거래일간 1조8524억 원을 순매수 하면서 매수세를 끌어올렸다. 아직 11월이 거래일 기준 일주일 가량 남긴 했으나, 올해 외인이 순매수 기록했던 달인 지난 4월(3716억 원)과 9월(1조987억 원) 이어 세번째를 기록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점쳐진다.
외인들은 이달 들어 국내 시장 뿐 아니라 대만, 인도 등 다른 신흥국 아시아 시장도 순매수로 전환했다. 외인들의 순매수 규모를 보면 대만은 지난 17일 기준 23억5400만 달러, 인도는 16일 기준 24억6800만 달러, 동남아 5개국(태국, 인도네시아, 베트남, 필리핀, 말레이시아)은 17일(필리핀 16일) 기준 6800만 달러로 파악됐다.
외인들의 신흥 아시아 주식시장 동반 순매수세는 올해 들어 처음이다. 외인들은 올해 10월까지 아시아 8개국(한국·대만·인도·동남아 5개국) 주식시장에서 453억 달러를 순매도 했다. 매도세는 한국과 대만에 각각 287억, 194억 달러가 집중됐다. 특히 지난달 외인들의 순매도 규모가 지난달 한국 32억2800만 달러, 대만 29억5600만 달러, 인도 22억7100만달러, 동남아 15억5200만 달러에 달한 점을 감안하면 급반전이 이뤄진 셈이다.
외인들의 매수세가 일부 국가에 한정되지 않고 전반적인 강세를 나타내면서 아시아 신흥 주식시장의 기조가 긍정적으로 변하기 시작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글로벌 물가 급등 위험, 연준 통화정책 변화 등 글로벌 유동성이 신흥국 주식시장을 꺼리게 된 악재가 소화되면서 터닝 포인트에서 외인의 움직임이 일어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다.
박석현 KTB 연구원은 “4분기 현재 정점으로 보이는 물가가 이후 안정된다면 시장의 우려가 최고조에 달한 시기에 외인들의 매수가 선제적으로 들어올 수 있고 악재가 선반영된 것으로 해석이 가능하다”며 “정점을 통과하고 있는 것이기 떄문에 악재로서 영향력은 시간이 갈수록 약화되지 않을까 한다”고 설명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달러 강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중국 보호주의 이슈의 점진적 소멸, 물가안정에 대한 기대감 등에 따라 증시에서의 선점효과를 기대하면서 아시아 이머징 마켓의 위험자산에 대한 선호가 상대적으로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며 “미 연준 정책기조에 대한 불확실성, 향후 인플레이션 우려 등이 잔존하는 상태로 외인의 매동국면이 전환되었는지 여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