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미래 경쟁력 강화를 위해 반도체 R&D 생태계와 인프라 확충을 본격화한다. 올해 차량용 반도체 부족 현상 등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은 불안정한 상태다. 또 전 세계가 반도체 기술을 4차 산업혁명 주도권 확보의 핵심으로 보고 기술패권 경쟁을 가속하자 이에 공격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제2의 반도체 도약을 위한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 반도체 R&D 컨트롤 타워를 신설하고 전문 인재를 양성할 청사진을 마련하기로 했다. 중소 팹리스(시스템반도체 설계 기업)의 진입 장벽을 낮추기 위해 당장 내년부터 팹리스 운전자금 지원 규모를 확대하는 방안도 포함했다.
정부는 18일 연세대학교 공과대학에서 경제부총리 주재 제16차 혁신성장 빅(BIG)3 추진 회의를 개최하고, ‘미래 경쟁력 강화를 위한 반도체 R&D 생태계 및 인프라 확충방안’을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했다. 이날 회의에는 경제부총리를 비롯해 과기정통부, 산업부, 중기부 등 관계부처 장관과 민간 전문가들이 대거 참석했다.
정부는 중장기적으로 반도체 R&D 투자 방향을 제시하고 체계적인 기술개발을 위한 로드맵을 수립하기로 했다. 관계부처 간 협의를 통해 반도체 R&D 컨트롤 타워 신설을 비롯해 범부처 정책ㆍ사업을 검토할 방침이다. 학ㆍ연 등의 단위 연구실에서 최대 10년간 한 분야를 집중적으로 연구하는 ‘국가반도체연구실지원사업(가칭)’도 기획하고 있다.
정부 R&D 산ㆍ학ㆍ연 역할 분담을 강화하고 대형사업의 공동연구도 유도한다. 한ㆍ미 반도체 연구자 포럼을 신설하고 정례화를 통한 네트워크 구축과 글로벌 선진 연구그룹과의 공동연구를 기획한다. 기업과 정부가 1대 1 매칭을 통해 기술개발ㆍ인력양성ㆍ채용연계를 촉진하는 사업을 신설하고 체계적 육성 방안의 마련을 통한 전문 인재 양성에 힘쓸 방침이다.
시스템반도체 분야 중소 팹리스에 대한 중소벤처기업부의 지원도 더 촘촘해질 전망이다. 팹리스는 반도체 칩 설계와 생산 등이 분업화된 시스템반도체 산업에서 설계에만 집중하는 설계 전문기업을 말한다.
중기부는 팹리스의 창업부터 성장까지 전 주기를 지원한다. 시스템반도체의 시장 규모가 메모리 반도체의 2배를 넘어서는 데다 수요 역시 늘자 경쟁력의 원천인 중소 팹리스 기업을 육성할 필요성이 커진 영향이다.
우선 중소 팹리스의 생태계 진입을 촉진할 계획이다. 내년 ‘공동 IP 플랫폼’을 구축해 IP 국산화 개발과 해외 IP 구매ㆍ제공 플랫폼으로 운영하기로 했다.
팹리스의 자금조달을 촉진하고, 유망 창업기업에 사업화 자금 지원도 확대한다. 내년 운전자금을 최대 5억 원에서 10억 원으로 키우고 기술평가 매뉴얼을 개선한다. 중기부는 정부지원 강화로 2030년까지 국내 팹리스 기업이 지금보다 2배(300개)가량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중소 팹리스의 파운드리 활용 여건도 개선하기 위해 여러 팹리스가 공동으로 발주하는 ‘묶음발주’를 내년부터 도입한다. 국내 모든 파운드리 기업이 참여하는 시스템반도체 분야 ‘대중소 상생협의체’를 내년 1월부터 가동할 계획이다.
중견 팹리스 기업 등의 R&D 과제에 4개 이내의 중소 팹리스가 공동으로 참여하는 ‘컨소시엄형 기술개발사업’도 내년부터 도입한다. 또 내년에 10개 과제를 선정해 4년간 최대 40억 원의 R&D 자금을 지원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