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을 열며] 지구촌 분업의 뒤통수

입력 2021-11-1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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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소수 품귀 사태로 난리가 났다. 불과 한 달 전 주유소에서 10리터(ℓ)에 1만 원 정도였고 인터넷 쇼핑몰에선 7000원가량에 거래됐는데, 이젠 가격이 천정부지로 뛰고 있다. 중고거래사이트 등에선 7만~8만 원, 많게는 10만 원을 부르는 사람도 있다. 이런 가운데 사기 글도 등장해 주의가 요구된다. 은행 계좌 입금 거래를 요구한 뒤 요소수를 보내지 않는 경우다.

요소수는 물류를 위해 운송용 트럭 등에 꼭 필요하기 때문에 물류 대란이 걱정되고 있는 상황이다. 물류가 마비되면 국민 생활은 물론 국가 경제에도 적지 않은 타격을 줄 것이 뻔하다. ‘요소수’란 걸 이번에 알게 된 이들도 적지 않다. “요소수, 요소수 하길래 이번에 검색을 해봤다”는 지인들도 있었다. 생각하지도 못한 변수가 튀어나와 나라를 흔드는 듯한 인상도 받는다.

정부는 이 나라 저 나라에 구조 요청을 보내고 있다. 애초 2만ℓ를 보내주기로 한 호주에서 7000ℓ를 추가해 총 2만7000ℓ를 수입할 수 있게 됐다. 베트남에서 200톤을 도입하기로 확정했으며 동남아를 중심으로 다른 나라를 대상으로 약 1만 톤의 물량을 수입하는 것에 대해 협의 중이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이달 8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정책질의에서 요소수 사태에 대해 “아프게 반성한다”며 “전략물자로 관리하고 비축한 것 외에, 이번처럼 사회 곳곳에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하는 품목이 80여 개가 된다고 산업통상자원부가 파악했다. 자원안보에 관한 인식을 새롭게 대비하고, 국가 전체가 상황을 관리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은 9일 요소수 사태와 관련해 “외교 역량을 총동원해 해외 물량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면서 “특정 국가의 수입의존도가 과도하게 높은 품목에 대해서는 사전조사를 철저히 하고 면밀한 관리 체계를 구축해 주길 바란다”고 정부에 주문했다.

분업하면 업무 효율이 올라간다. 이 분업을 지구촌에 적용한 것이 글로벌 밸류 체인, 글로벌 공급망이다. 톱니바퀴가 맞물려 돌아가는 것처럼 각국의 경제와 산업은 함께 돌아간다. 톱니바퀴가 하나라도 멈추면 전체 톱니바퀴가 전부 멈춰 버리는 것이다. 국가별로 잘하는 것에 집중해서 경제의 중요 가치인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지구촌 분업을 하는 것이다. 혼자 모든 걸 다 준비할 수 있으면 베스트다. 하지만 자원(돈)은 한정돼 있기 때문에 지구촌이 분업을 한다.

그런데 이런 분업이 직간접적으로 뒤통수를 치는 경우가 있다 보니 고민이다. 일본이 그랬고, 이번엔 중국이다. 2019년 일본이 반도체 소재에 대한 한국 수출을 금지했다. 위안부 문제에 대한 보복성으로 한국을 겨냥한 일본의 의도가 다분했다. 이번 요소수 사태는 중국 내 생산 감소, 중국과 호주의 분쟁 등의 유탄을 맞은 꼴이다. 글로벌 밸류 체인, 글로벌 공급망 등의 좋은 취지는 이해하지만 이렇게 직간접적으로 뒤통수를 맞다 보니 넋 놓고 당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다 준비할 순 없을 것이다. 하지만 국민 생활에 밀접한 영향을 미치는 것들, 국가 핵심기술 확보를 위한 것들을 위주로 차근차근 대비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이런 것이 국력을 강하게 만든다. ‘우보만리(牛步萬里)’처럼 대한민국이란 나라가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면 훗날 우리 후손은 꽤 괜찮은 나라의 국민일 것이다. 물론 뒤통수 맞을 일도 많이 줄어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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